강화된 환경규제·낮은 경제성에 1세대 증기선 설 자리 잃어
국내 선사, 노후선 팔아 친환경 신조선 재원 마련… 조선업계 수혜 기대
국내 선사, 노후선 팔아 친환경 신조선 재원 마련… 조선업계 수혜 기대

4일(현지시각) 트레이드윈즈와 해운 중개업계에 따르면, 현대LNG해운은 2000년에 건조한 13만 5000입방미터(㎥)급 '현대 코스모피아호'의 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10일이다. 이 선박은 벙커C유를 쓰는 1세대 증기터빈 엔진을 장착해 연료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화물창 역시 선체와 분리된 모스(Moss)형 구형 탱크를 채택했다. 안전성은 높지만 적재 효율이 낮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LNG 운반선 40척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 "운항할수록 손해"… 강화된 규제가 퇴출 불렀다
최근 노후 LNG 운반선의 폐선 매각이 잇따르는 데에는 강화된 환경 규제가 결정적이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증기터빈식 구형 선박은 운항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대LNG해운을 포함한 국내 선사들이 보유한 구형 LNG 운반선 대부분은 2025년과 2026년 사이 장기 운송계약이 끝나 상업적 경쟁력을 잃었다.
실제로 최근 몇 주간 여러 척의 노후 스팀 터빈 LNG 운반선이 해체용으로 팔리거나 시장에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드녹(ADNOC) 로지스틱스 & 서비스는 1995년에 건조한 13만 7514㎥급 모스형 LNG 운반선 '가샤호'를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현대LNG해운은 지난 5월에도 자매선 '현대 아쿠아피아호'와 '현대 테크노피아호'를 해체용으로 매각했다. 이들 선박은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현상 인도(as is)' 조건으로 경하중톤(LDT)에 약 565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팔렸다. 선박에 남은 저유황유와 약 3000톤에 이르는 모스형 화물창의 알루미늄 가치가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다른 선사인 에이치라인해운 역시 2000년에 건조한 13만 8333㎥급 'HL 수르호'와 'HL 라스라판호'를 해체 매각했다.
◇ 노후선 퇴출, LNG 운송 시장 판도 바꾼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해체용으로 팔린 LNG 운반선은 모두 7척으로, 지난해 전체 매각량 8척에 육박한다. 현재 폐선 시장에서 LNG 운반선은 LDT에 550~570달러, 한 척에 1900만 달러(약 258억 9700만 원) 안팎으로 거래된다. 선주들은 이 매각 대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친환경 전환 재원을 마련한다.
노후 선박의 대량 퇴출은 세계 LNG 운송 시장의 세대교체를 재촉한다. 신형 선박이 시장을 이끌면서 용선료 격차도 벌어진다. 최신 2행정 엔진 선박의 하루 용선료가 약 3만 달러(약 4089만 원) 수준이지만, 노후 증기선의 가치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약 60척의 LNG 운반선이 운항을 멈추고 정박 중이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해체 시장으로 향할 전망이다.
노후선의 퇴출과 신조선 발주 흐름은 LNG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가진 한국 조선업계에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후 선박 퇴출은 세계 LNG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을 앞당기며 IMO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