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중도층 80%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창당 배경을 설명했지만 미국 정치의 구조상 제3정당이 의미 있는 영향력을 갖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장벽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의 창당 선언이 현실 정치에 안착하기 어려운 여섯 가지 이유를 중심으로 역사적·제도적 한계와 전략 부재 등을 6일(현지시각) 지적했다.
◇ 제도적 장벽과 모호한 전략
무엇보다 미국의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제3정당이 유권자 지지를 받더라도 실제 정치 권력을 갖기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한스 노엘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은 다당제가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30%를 얻어도 1위를 못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각 주마다 정당 등록 요건이 다르고 유효 서명을 수집해야 하는 등 절차적 장벽도 크다. 매크 맥코클 듀크대 교수는 “전국 단위 정당을 운영하려면 엄청난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머스크는 이 점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에서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코넬 웨스트, 질 스타인 등 제3세력 후보들이 모든 주에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머스크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일부 핵심 지역에 ‘극도로 집중된 전력’을 투입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선거구나 인물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 정체성 혼란과 정치적 고립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가 서명한 3조 달러(약 4179조원) 규모의 세금·지출 법안에 반발하며 창당을 공식화했다. 워싱턴포스트-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에 반대했지만 머스크의 정치 메시지가 단순한 반감 이상으로 정당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엘 교수는 “정부 지출에 반대한다고 해서 곧 정당의 철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머스크는 정부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는 입장에서 지출 축소를 주장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머스크가 강조한 ‘중도 80%’도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인공지능 기반 국방 현대화, 탈규제, 친기술 정책, 저출산 극복 등 다양한 공약을 지지하는 X 이용자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유권자 집단으로 조직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는 것. 노엘 교수는 “기존 정당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많지만, 그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결집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 성과 부재와 인내심 부족 우려
머스크는 이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거액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해 위스콘신주 대법원 보궐선거에서 그는 보수 성향 후보를 지원하며 2000만 달러(약 278억원)를 투입했지만 진보 진영의 수전 크로퍼드가 승리했다. 이처럼 금전적 지원만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측 핵심 인사인 제임스 피쉬백은 머스크를 견제하기 위한 슈퍼팩 설립을 추진 중이며 머스크와 정치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나선 인사는 지출 감축 성향의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공화·켄터키) 정도에 불과하다. 맥코클 교수는 “머스크가 정당을 운영하며 후보를 발굴·검증하고 패배를 감수할 인내심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이번 창당은 트럼프와의 개인적 다툼을 반영한 일시적 시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