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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테슬라 엔지니어 “사내 중재 방식에 구조적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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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테슬라 엔지니어 “사내 중재 방식에 구조적 결함”

테슬라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로고. 사진=로이터

전직 테슬라 엔지니어가 테슬라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중재 판정이 부당했다며 미국 법원에 재심을 요청했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는 테슬라가 중재인을 반복 고용하는 구조를 통해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발란 전 테슬라 엔지니어는 지난 2021년 자신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한 뒤 최근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중재 판정을 뒤집어달라는 청원을 제출했다.

발란은 자신이 테슬라의 안전 문제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한 뒤 사실상 퇴사 압박을 받았으며 이후 회사로부터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중재인 리처드 맥아담스는 발란이 워싱턴주가 정한 소송 제기 기한인 2년을 넘겼다며 2021년 11월 사건을 기각했다. 발란 측은 이에 대해 “맥아담스가 판정 직후 테슬라로부터 6건의 사건을 추가로 수임하며 27만 달러(약 3억7000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고 지적하면서 “사실상 회사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 보상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맥아담스는 테슬라 사건을 맡기 전까지 단 한 건도 이 회사 관련 중재를 진행한 바 없었으며 첫 판정 이후 반복적으로 사건을 맡았다는 것이 발란 측의 설명이다.

발란은 테슬라가 직원과 소비자 모두에게 사전동의 형태로 강제 중재 조항을 부과하며 공개 재판 대신 비공개 절차로 분쟁을 처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 중재기관인 JAMS와 미국중재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테슬라를 상대로 한 중재 사건은 950건을 넘었다. 같은 기간 포드와 토요타는 각각 약 100건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발란의 변호인인 윌리엄 모란은 지난달 제출한 소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과 수천억달러 규모 기업이 반복 고객이라는 사실만으로 중재인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 코넬대 산업노동관계대학의 알렉스 콜빈 학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반복 고객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른바 ‘리피트 플레이어 효과’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중재인이 당사자와의 관계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면 공정성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란은 2010년부터 테슬라에서 일하며 모델S 배터리팩 설계 개선에 기여한 인물로 내부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4년 공급업체와 부품 관련 안전 문제를 머스크에게 직접 보고한 뒤 퇴사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후 2017년 사측이 언론 대응 과정에서 자신을 ‘불법 녹음’ 및 ‘무단 출장’ 등 위법행위로 비방했다며 두 번째 소송에 돌입했다.

한편, 발란이 앞서 제기한 부당 해고 소송에서는 중재인 제임스 워런이 발란에게 30만 달러의 배상금을 인정했다. 그러나 워런은 판정에서 “피고인의 눈 굴림, 신체 언어, 팔짱 끼기 등은 증언 신뢰도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해 편향 논란을 낳기도 했다.

연방 판사 마샤 페치먼은 이후 발란의 명예훼손 소송을 일시적으로 공개 재판에 회부했지만 테슬라가 항소해 결국 2021년 중재로 돌아갔다. 다만 페치먼 판사는 발란의 비밀유지계약(NDA)은 효력이 없다고 판결해 그가 중재 절차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JAMS는 기업 고객에게 접대성 이벤트를 열고 반복 거래를 유치하는 구조”라며 중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발란은 현재 암 투병 중이며 “내 경력을 다시 시작하려면 내 이름을 지켜야 한다”며 재심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테슬라가 나를 훼손한 것은 내부고발자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