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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EU·멕시코에 30% 관세 폭탄…정치적 결속 노린 '초강경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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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EU·멕시코에 30% 관세 폭탄…정치적 결속 노린 '초강경 드라이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멕시코 수입품에 대해 30% 일률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세계무역 질서에 또다시 중대한 충격을 예고했다.

재집권 첫 해부터 초고율 관세를 앞세운 이같은 결정은 국내 지지층 결집과 정치적 존재감 강화를 노린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는 오랜 협상을 무력화하는 것일 뿐 아니라 향후 광범위한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불공정 무역·국경 안보'…정치화된 명분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한 서한에서 “멕시코가 국경 안보에 협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며 “카르텔이 북미 전체를 마약 밀매 놀이터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멕시코를 겨냥해 “펜타닐 위기의 주범”이라고 지목하며 무역 제재 명분을 마약 통제로 확장시켰다.

EU에 대해서는 “무역적자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독일 자동차, 프랑스 와인, 아일랜드 의약품 등을 직접 언급했다. 이에 대해 브뤼셀에 있는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조치는 공급망을 무너뜨리고 양측 기업과 소비자, 환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필요시 비례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율 자체도 파격적이다. EU는 당초 10% 수준의 관세를 예상하며 일부 품목 예외를 협상하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 없는 30%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보복 시 그만큼 더 얹겠다”는 으름장은 협상 여지를 사실상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멕시코·EU 핵심 산업 직격…車·와인·의약품 등 흔들

멕시코는 미국과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덕분에 수출의 87%가 무관세 상태지만 나머지 13%에 대해서는 이번 관세가 고스란히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의류·전자·식품·중소 가공품 중심 수출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U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기존에도 EU산 자동차에는 27.5%의 고관세가 적용돼왔지만 이번 조치는 “기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라는 점에서 사실상 EU 전체 제품을 겨냥한 추가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독일 폭스바겐, 프랑스 르노, 이탈리아 피아트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는 물론, 와인·치즈·제약업계도 불확실성에 빠졌다.

EU는 이미 250억달러(약 35조75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안을 마련해뒀으며 13일부터 발효할 수 있는 법적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EU 외교수장 카야 칼라스는 “보복은 원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재임 첫 해부터 '고립주의 드라이브'…포퓰리즘 강화용

이번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은 통상 전략이 아닌 정치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한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유권자를 겨냥해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에도 철강, 자동차, 농산물 등 내수 기반 산업 보호를 앞세운 고립주의 메시지가 되풀이되고 있다.

브뤼겔 연구소의 야곱 펑크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은 NY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말하는 ‘딜’은 실질 협상이 아니라 ‘관세 폭탄을 던지고 양보를 얻어내는 협박 전술’에 가깝다”며 “재임 초기부터 지지층 결속과 정치적 존재감을 동시에 노리는 계산”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최근 캐나다에 35%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한국·일본·브라질에도 20~50%의 관세를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교역 관계가 긴밀한 국가들의 공동 대응 움직임도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