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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관세 압박' 카드로 세계 무역 판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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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관세 압박' 카드로 세계 무역 판도 바꿨다

日과 15% 관세 합의에 시장은 '안도'…불확실성 해소에 증시 반등
높은 관세율과 추가 조치 가능성 여전…물가·성장 둔화 우려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일본 등 주요 교역국과 잇따라 합의를 끌어내며 세계 무역 질서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일본 등 주요 교역국과 잇따라 합의를 끌어내며 세계 무역 질서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세계의 환호를 받는 무역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높은 관세 위협을 협상 지렛대로 삼아, 초기 위협보다 낮은, 그러나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의 관세를 실제 부과함으로써 심리를 이용해 '관세 완화'처럼 보이게 했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표 사례는 일본과의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일본에 25%의 관세를 위협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타결된 양국 무역 협정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 상품에 대한 관세율은 15%로 결정됐다. 이 소식에 미국 증시는 반등했고 일본 증시는 로켓처럼 치솟았다. 하지만 15%라는 수치는 지난 4월부터 적용되던 10%를 웃돌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의 1.5%와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성과의 핵심을 '확실성'으로 꼽는다. 원포인트 BFG 웰스 파트너스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종 관세율에 대한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고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점을 긍정 평가했다"라면서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기이한 정치, 경제 이론의 세계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에드 밀스 워싱턴 정책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대'를 옮김으로써 승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CNN에 "그가 위협했던 것과 비교하면 양보한 듯 보이지만, 이전 수준에 비하면 엄청난 관세"라며 "투자자들은 불확실성 해소 자체를 원할 뿐, 관세율이 얼마인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TD 증권의 크리스 크루거 분석가는 트럼프가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 즉 '오버턴 윈도'를 이동시켰다며 "미국의 5대 교역 상대국에 15% 관세? 25%보다는 낫다"고 분석했다.

◇ 겁주고 달래기…'벼랑끝 전술' 통했다


흐름이 바뀐 계기는 지난 4월 9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약세장으로 몰아넣었던 소위 '해방의 날' 관세 조치를 90일간 유예하자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4월 12일 스마트폰과 전자제품을 고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5월 중순에는 중국과 관세를 기존 145%에서 35%로 대폭 낮추는 데 합의하자 시장의 공포가 점차 가라앉았다. 이 합의로 양국의 보복 관세와 여러 비관세 장벽 일부도 풀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략을 미국 산업 보호의 명분으로 삼는 한편, 디지털세와 같은 비관세 장벽에 대응하고 미국산 소고기, 쌀, 자동차 등의 수출을 확대하는 근거로도 활용했다.

◇ 성과 이면의 '그림자'…장기 위험 여전


그러나 아직 승리를 단언하기는 이르다. 특히 유럽연합(EU)과는 관세 협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으며, 7월 말부터 추가 관세 조치가 예고돼 시장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ING의 린 송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에 또 다른 관세 변수가 예상되는 만큼 장기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경제에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단기 시장 안정 효과에도, 앞으로는 기업의 비용 상승, 물가 상승 압력,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고용 시장의 균열과 달러 약세 등 불안 요인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안도감이 미래의 더 큰 혼란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 섞인 신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