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종 54억 달러 민간 자금·세계 신기술 경쟁, ‘미래 에너지 SMR, 지금이 기회!”
허가 절차 51건·ITER·테라파워 핵융합도 주목, OECD NEA "HALEU 확보가 최대 걸림돌"
미국·중국·유럽 부지 협의 활발…테라파워 나트륨원자로와 MIT 민간 핵융합 상업화 시도 활발
허가 절차 51건·ITER·테라파워 핵융합도 주목, OECD NEA "HALEU 확보가 최대 걸림돌"
미국·중국·유럽 부지 협의 활발…테라파워 나트륨원자로와 MIT 민간 핵융합 상업화 시도 활발

OECD 원자력기구(NEA)의 최근 SMR 대시보드와 23일(현지 시각) 캐나다 현지 언론 컨스트럭트커넥트(ConstructConnect) 보도를 종합한 결과, 민간 투자 자금도 54억 달러(약 7조3900억 원)에 이르러 SMR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동시에 핵융합 분야에서는 국제열핵실험로(ITER)와 미 MIT 출신 기업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 계획이 핵심 연구로 떠오르고 있다.
◇ SMR, 더 넓은 세계와 더 큰 도전
OECD NEA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SMR 설계는 지난해 98종에서 올해 127종으로 늘었다. 이 중 74종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이 이뤄졌으며, 51종은 이미 원자력 규제 기관의 사전 허가 또는 인허가 절차가 시작돼 배치와 건설 단계로 진입했다. 윌리엄 매그우드 NEA 사무총장은 "각국이 전력 수요 증가, 에너지 안보 강화, 탄소 배출 줄이기 목표를 고려해 SMR을 핵심 에너지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구글,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다우케미컬을 포함한 글로벌 대기업들 역시 환경 목표를 맞추기 위해 SMR 생태계에 뛰어들며 민간 투자 유입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매그우드 사무총장은 "벤처 및 기업 투자 자금이 약 54억 달러에 이르고, 최근 세 곳의 SMR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자본시장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부지 선정 논의도 활발해서 미국·중국·유럽에서 모두 85건에 가까운 협의가 진행 중이다. SMR은 전기 생산뿐 아니라 산업용 고온 열, 수소 생산 등으로 적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 HALEU 연료 확보가 최대 걸림돌
보고서에 따르면 127개 SMR 설계 중 74종이 고농축 저농축 우라늄(HALEU·High-Assay Low-Enriched Uranium)을 연료로 쓰거나 쓸 계획이다. HALEU는 5~20% 농축된 우라늄으로 일반 원자로 연료보다 고농축이다. SMR의 많은 설계가 HALEU 연료를 필요로 하지만,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 상용화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2025년 초 기준으로 HALEU를 사용할 의사가 있는 SMR 설계 절반 이상이 확정된 공급 계약을 맺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SMR용 연료는 형태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산화우라늄 세라믹 연료를 쓰는 설계가 39종이고, 대형 경수로에서 쓰는 연료와 다른 고성능 TRISO 복합 연료를 도입하려는 설계가 상당수다. 전체 SMR 설계의 60%가 넘는 47종은 아직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새 연료를 쓰거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 북미·유럽 대규모 SMR 프로젝트 추진
북미에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전력회사 온타리오파워제너레이션(OPG)이 달링턴 원전 부지에 4기 SMR을 짓기로 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미국에선 GE버노바(Vernova), 히타치(Hitachi Nuclear Energy) 등이 참여한 합작 투자로 총 200억 달러(약 27조3800억 원)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OPG는 1호기 착공식을 마쳤으며, 미국 버지니아주 전력 당국도 사업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의 ‘나트리움’ 원자로도 주목받는다.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며,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써 효율과 비용을 낮춘 첨단 원자로다. 출력은 345메가와트(MW)로 약 4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여러 나라가 상용화 후 다수 구매 의사를 밝혔다.
◇ 핵융합 연구도 속속 결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 국제열핵실험로(ITER)는 35개국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 핵융합 연구 시설로,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해 핵융합으로 전력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곳에 수백억 달러가 투입됐다.
최근 프랑스 WEST(West Environment in Steady-State Tokamak) 실험 시설에서는 핵융합 ‘점화’ 상태를 22분간 유지하는 기록을 세워 상업화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학 연구소(PPPL)와 제너럴 아토믹스에서 핵융합 연구가 활발하다.
MIT에서 나온 민간 회사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CFS)는 버지니아주에 세계 첫 그리드 규모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와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캐나다 ‘제너럴 퓨전’도 개발 중이다.
◇ 대기업과 금융시장도 원자력 투자 확대
대기업과 투자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캐나다 우라늄 회사 카메코(Cameco)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49%를 보유했고, 브룩필드 재생에너지(Brookfield Renewable Partners)는 51%를 소유해 원자력 연료 공급과 원자로 제작에 관여한다. GE 버노바, 콘스털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 SMR 선도 기업 누스케일 파워(NuScale Power Corporation) 등도 상장해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원자력 분야 기술 발전과 자금 조달은 산업용 열·수소 생산 등 여타 신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규제 절차 진입이 늘고 자본이 몰리면서 상업 운전이 가까워지고 있다.
다만 OECD NEA 보고서는 HALEU 공급이 상용화 발목을 잡는 요소라면서 "연료 확보를 위한 국제 협력과 정책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연료 공급망 안정과 국제 협의가 원자력 발전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