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유럽연합(EU)과 일본을 상대로 체결한 무역협정으로 인해 미국에서 유통되는 신차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EU와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되는 15%의 새로운 관세가 본격 적용되면 평균 신차 가격은 현재보다 3000달러(약 423만원)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및 EU와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29일(이하 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이는 일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고율 관세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관세 자체는 여전히 인상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고강도 관세 여파…자동차 가격 상승 불가피
이번 관세 인상은 특히 미국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일본과 유럽에서 수입하는 주요 품목 중 하나가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평균 신차 가격은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약 4만9000달러(약 6910만원)로 집계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가격은 5만2000달러(약 7330만원)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저가 모델은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작겠지만 고급 차량일수록 가격 인상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이번 관세 조치는 공급망을 거쳐 몇 달 안에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며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지 않는 이상 차량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기 동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고급화·전기차 투자·보험료 상승도 한몫
신차 가격이 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관세 외에도 다양한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중소형차보다 대형 SUV나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차량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또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 생산을 줄이고 있는 점과 각종 디지털 장비 및 전기차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2020~2022년 지구촌을 강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차량 공급망 혼란과 부품 부족, 도시 외 이동수단 수요 증가 등으로 자동차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킨 바 있다. 이와 함께 차량 부품과 수리 비용이 급등하면서 자동차 보험료도 최근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다만 유일하게 운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하락’은 연료비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1년간 약 10% 하락해 갤런당 3.15달러(약 4450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