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이하 현지시각) 반가공 구리 및 구리 가공제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정제 구리 및 구리 스크랩 등을 면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어서 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 시장 예상 뒤엎은 관세 발표…구리값 하루 만에 18% 급락
CNBC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구리 파이프, 전선 등 반가공 제품과 커넥터, 케이블 같은 가공품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리 원광, 정제재, 스크랩 등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 DPA 발동…구리 공급망 재편 위한 규제 병행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미국 내 고급 구리 스크랩의 25% 이상을 국내에서 소비하도록 했다. 이 비율은 2027년부터 적용되며 2028년 30%, 2029년 40%로 순차 확대될 예정이다.
또 미국 상무부는 정제 구리의 수출에 대해 허가제를 도입하고 반가공 구리의 수입을 제한하는 동시에 국내 가공 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원 조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 정제 구리 수출국 유리해져…국내 광산업계 반발 가능성
정제 구리가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미국 내 정련 능력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전체 정제 구리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에 있는 제련소는 단 두 곳뿐이다.
이번 조치는 가공업계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광산업계는 실질적인 혜택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제 구리를 주로 수출하는 칠레, 페루 등 남미 국가는 관세 면제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 단기 시장 충격 불가피…장기적으론 국내 산업 재편 효과 기대
전문가들은 정제 구리 면제 조치로 인해 구리값이 단기 조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국내 가공 및 정련 산업에 대한 투자 유도와 공급망 자립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정제 구리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 필수적인 구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공급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통상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