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성장 둔화 '이중고' 현실화…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확산
"가구당 연 1,270달러 부담" 경고…월가 "실효 관세율 최고 18%"
"가구당 연 1,270달러 부담" 경고…월가 "실효 관세율 최고 18%"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다수 국가에 '상호주의' 관세를 10%에서 최대 41%까지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가 평가하는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15~20%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시장이 우려했던 25%를 넘는 수준은 아니지만, 불과 몇 주 전 시장 예상치인 10%나 연초 2%와 견주면 훨씬 높은 수치다.
시장에 충격을 줬던 '해방의 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무역 협상이 길어지고 노동시장에서 경고 신호가 나오면서 시장의 경계심은 한층 높아졌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웨이 야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현실로…커지는 '경제 이중고'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감소와 소비 위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실제로 미국 내 주요 연구소들은 이번 관세 정책으로 2026년 미국 시장소득이 1.3% 줄고, 한 가구 앞에 해마다 평균 1270달러(약 176만 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피해액 추산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 역시 짙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안토니오 가브리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무역 협상은 15%라는 더 강경한 하한선을 시사한다"며 "미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조건이 계속 무르익고 있다"고 경고했다.
◇ "물가 상승 시간문제"…관세 세수 효과도 '글쎄'
많은 전문가는 관세 부담이 수입 물가와 소비자 물가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주요 소매업체와 제조업체 역시 관세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밝힌 가운데, 이미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이 나타나고 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안주해서는 안 된다. 물가 상승이 아직 없다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단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 상승은 일어날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 관세 조치로 2025년에 약 1677억 달러(약 233조 526억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소비와 투자 위축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효과에 상쇄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이번 관세 조치에 따른 미국의 실효 관세율을 두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은 약 16%, 울프 리서치는 16.1%, 소시에테 제네랄은 18%에 이를 것으로 각각 추산했다. 관세발 위험이 미국 경제 전반을 흔들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