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산 새우에 19%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인도네시아 수산업계가 미국 의존 탈피와 중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남단의 판데글랑에서 새우 양식장을 운영 중인 데니 레오나르도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로 확장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그는 올해 양식지 150개에 100여 개를 추가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예고 이후 미국의 주문이 끊기면서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인도네시아 새우의 최대 수출국으로 지난해 전체 수출액 16억8000만 달러(약 2조3320억 원)의 60%가 미국으로 향했다. 이번 19% 관세는 지난달 미국과의 협상 결과로 확정됐으며 당초 예고됐던 32%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인도네시아 수출업체들에 큰 부담이다.
◇ 관세 인상 여파…수출 30% 급감 전망
인도네시아 새우양식협회(IPA)의 안디 탐실 회장은 “19%의 관세로 인해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30%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약 100만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산물 업체 협회장인 부디 위보워 역시 “관세 인하 합의 이후에도 대부분의 미국 바이어들은 여전히 구매를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디 회장은 또 “인도네시아는 미국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춘 에콰도르와도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는 세계 최대 양식 새우 생산국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15%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수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 중국 시장 공략 가속…EU·중동도 주목
관세 압박 속에서 인도네시아는 중국 시장을 새 수출처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의 대중국 새우 수출 비중은 전체의 2%에 불과했지만 수익성을 낮추더라도 시장 다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탐실 회장은 “중국은 연간 약 100만t의 새우를 수입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20%만 우리가 차지해도 엄청난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광저우를 방문해 중국 수입업자, 외식업체, 온라인 유통업체 등과 접촉했으며 앞으로도 현지 홍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디 회장은 중동, 한국, 대만, 유럽연합(EU) 등도 대체 수출시장으로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가 EU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어 유럽 시장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 “생존은 가능하지만 성장은 불확실”
양식업자 레오나르도는 “공급과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회사는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양식장은 부친에게 물려받은 사업으로,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수익 기대를 바탕으로 운영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 정책이 인도네시아 새우 산업에 미친 영향은 장기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가 외부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주목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