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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역대 최대' 1000억 달러 단기채 시장에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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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역대 최대' 1000억 달러 단기채 시장에 풀어

고금리 속 장기채 발행 회피…단기물로 유동성 확보·비용 관리
4% 넘는 수익률에 투자자 몰려…ETF·스테이블코인 등 수요 탄탄
미국 재무부가 7일(현지시각) 사상 최대 규모인 1000억 달러의 단기 국채를 발행했다. 이는 고금리 부담 속에서 장기채 발행을 피하고 단기물 위주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차입 비용을 관리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재무부가 7일(현지시각) 사상 최대 규모인 1000억 달러의 단기 국채를 발행했다. 이는 고금리 부담 속에서 장기채 발행을 피하고 단기물 위주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차입 비용을 관리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사진=로이터
미국 재무부가 7일(현지시각) 지난 7월보다 50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 늘어난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의 4주 만기 국채를 발행했다고 배런스가 최근 보도했다.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경매는 높은 기준금리 환경에서 단기물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행정부의 정책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이번 경매에서는 4주 만기 국채 외에 8주와 17주 만기 국채도 함께 시장에 나왔다. 재무부 계획에 따라 4주물 입찰 규모만 50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 늘었고, 8주물과 17주물은 각각 850억 달러(약 117조 원)와 650억 달러(약 89조 원) 규모를 유지했다. 1000억 달러(약 138조 원)에 달하는 발행액의 절대적인 규모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체제에서 단기증권의 물량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 4%대 고수익에 뭉칫돈…'사자' 행렬

재무부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리는 자신감의 배경에는 견조한 수요가 있다. 단기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안정성이 높은 단기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재무부 단기증권은 현재 4%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으며,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 팀에 따르면 올 2분기 투자자들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167억 달러(약 23조 원)를 쏟아부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재무부 차입 자문 위원회(TBAC)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증가'를 새로운 수요처로 지목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소위 '지니어스 법(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재무부 단기증권 같은 자산으로 토큰을 뒷받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장기채 피하고 단기물 집중…'현금 확보' 총력

이번 발행은 연방 의회의 부채 한도 상향을 기다리며 고갈됐던 재무부의 현금 보유고(TGA)를 채우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높은 기준금리 때문에 장기 채권 발행은 최소화하고, 단기 채권 위주로 발행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차입 비용을 관리하려는 목적도 크다.

재무부의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연준의 기준금리가 너무 높아 만기가 더 긴 채권을 발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말 "나는 관계자들에게 9개월 정도를 넘는 만기의 채무를 발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월가의 전망 또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바뀌고 있다. 씨티의 제이슨 윌리엄스 분석가는 장기채 발행 증가 시점을 기존 5월에서 2026년 11월로 늦췄고, JP모건의 제이 배리 분석가도 전망치를 2월에서 5월로 미뤘다. 앞서 화요일 3년 만기 국채 입찰이 부진했던 만큼, 수요일 10년 만기 중기채 입찰 결과는 장기물에 대한 시장의 투자 심리를 확인하는 분수령이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