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K9 자주포 등 9조 원대 계약 이면의 그림자
한국인이 세운 현지법인, 계약 시점 맞춰 매출 급증
한국인이 세운 현지법인, 계약 시점 맞춰 매출 급증

이번 수사는 폴란드가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들여오는 가운데 터져 나와, 양국 방산 협력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2022년 약 20조 원 규모의 방산 수출 기본계약을 맺었으며, 총 계약 규모는 70억 달러(약 9조 원)에 이른다. 주요 도입 품목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천무 다연장 로켓 288문 등이다. 특히 올해 8월에는 2차 계약으로 K2 전차 180대를 추가 공급하는 등 계약 규모가 계속 커졌다. 이 계약은 한국 역사상 단일 국가를 상대로 한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이다.
◇ 2500만 달러의 행방…수사선상 오른 컨설팅 회사
수사를 지휘하는 바르샤바 지방 검찰청은 지난 6월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마테우시 마르티니우크 검찰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폴란드 기업이 한국 방산업체에 자문 용역 명목으로 수백만 즈워티짜리 부가가치세(VAT) 세금계산서 2건을 발행한 혐의"라고 수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세금계산서가 납세 의무를 정하는 중요 사실을 거짓으로 적은 것으로 의심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사건은 피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대물 수사'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기소된 사람은 없다.
검찰은 세금계산서 허위 기재를 다루는 폴란드 형법 제271a조와 제277a조를 적용하고 있다. 이 조항은 허위 세금계산서 액수가 법정 '고액 자산' 기준치의 10배를 웃돌면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해 사안이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수사선상에 오른 폴란드 현지 법인은 2019년 한국인 두 명이 세운 사업 컨설팅 회사다. 이 회사는 설립 후 해마다 매출이 거의 없었으나, 한국과의 첫 무기 계약 시점과 맞물리는 2022년 말과 2023년 초 사이 매출이 약 1억 즈워티까지 급증해 의혹을 키운다. 수사 당국은 이 자문료가 실제 용역의 대가인지, 또는 자금 세탁이나 부정한 거래를 위한 돈의 흐름인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사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 쪽이 폴란드 회사에 자문료 명목으로 약 1억 즈워티를 보냈다"며 "우리는 현재 이 돈이 다른 계약을 통해 폴란드 회사에서 어디로, 더 정확히는 누구에게 흘러 들어갔는지 면밀히 쫓고 있다"고 말했다.
◇ 한-폴란드 '방산 동맹' 신뢰도 시험대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뒤 국방력 현대화를 서둘러 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 무기 재고가 부족해지자 빠른 공급이 가능한 한국을 핵심 동반자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에 불투명한 거액의 자금 거래가 드러나면서, 폴란드의 군 현대화 계획 전반을 사법·안보 기관이 더욱 강하게 감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대규모 방산 거래의 오랜 관행을 겨냥한 엄중한 사법 대응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