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시험 시장서 벌어지는 미래 검색 패권 경쟁...2027년 23조 원 시장 선점 노려

◇ 무료 서비스 경쟁 치열...연 200달러 상당 무상 제공
퍼플렉시티는 지난달 인도 통신업체 에어텔과 손을 잡고 3억 6000만 가입자에게 퍼플렉시티 프로 서비스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연간 약 200달러(약 27만 원) 상당이다.
구글 역시 며칠 앞서 인도 전국 대학생들에게 구글 AI 프로 묶음 서비스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묶음에는 제미니 AI 모델, 노트북 LLM 도구, 코딩 코파일럿 조기 접근 권한이 들어있다.
디지털 정책 전문지 미디어나마의 니킬 파화 창립자는 레스트 오브 월드에 "퍼플렉시티는 구글의 제미나이나 챗GPT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왓츠앱의 메타 AI 같은 판매망도 갖추지 못했다"며 "에어텔을 통한 신규 이용자 확보는 사용자가 계속 쓰게 하고 이용률을 높일 뿐 아니라 퍼플렉시티가 경쟁에서 살아남고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는 과거에도 무료 인터넷 서비스 경험이 있다. 페이스북은 2015년 인도와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제한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 베이직스 계획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시민단체들은 페이스북이 인터넷의 사적 문지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 프로그램은 언어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고 현지 콘텐츠가 부족했으며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식민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인도 통신 당국은 망 중립성 원칙 위반을 이유로 1년도 안 돼 이 프로그램을 금지했다.
반면 몇 달 뒤 인도 최고 부자 무케시 암바니는 자신의 통신망 릴라이언스 지오에서 '환영 제안'을 시작해 모든 가입자에게 거의 6개월 동안 무제한 4G 데이터, 음성통화,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 결과 지오는 2개월 조금 넘는 기간에 5000만 사용자를 확보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 인도, 7억 인터넷 사용자 보유한 핵심 시험 시장
인도는 7억 명이 넘는 인터넷 사용자와 높은 휴대폰 보급률, 강력한 자국 디지털 플랫폼, 언어 다양성을 갖춘 독특한 시험 시장을 제공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의 파얄 아로라 포용AI문화 교수는 레스트 오브 월드에 "중국이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금지구역인 상황에서 인도는 까다로운 시험 환경이자 주요 훈련 데이터 세트의 원천"이라며 "광범위한 인도 데이터 세트로 AI를 훈련시키면 모델이 언어 다양성, 자원 부족 상황, 노이즈가 많은 실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돼 전 세계에서 더 강력해진다"고 설명했다.
아로라 교수는 "인도에서 통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도 더 잘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인도의 국내 AI 시장은 2027년까지 170억 달러(약 23조 6500억 원) 규모로 3배 이상 커져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AI 검색 시장 규모는 약 440억 달러(약 61조 2200억 원)로, 시장조사업체 코히런트 마켓 인사이츠 자료를 보면 2032년까지 1090억 달러(약 151조 6700억 원)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색 최적화 업체 원리틀웹이 모은 연구를 보면 챗GPT, 딥시크,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가 가장 자주 이용되는 AI 검색 모델로 나타났으며, 지난 1년간 트래픽이 급증했다.
AI와 관련해 인도는 거대 기술기업들에게 소중한 시장이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대표는 인도에서 AI 도입이 "놀랍다"고 말했으며 인도에 여러 투자를 발표했다. 퍼플렉시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장들은 모두 인도 출신으로 최근 인도를 방문하거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투자와 다른 약속을 했다.
◇ 중국 딥시크 대응...기술 주권 확보 과제 부각
인도는 중국 기술의 영향력 증가에 맞서려는 의도도 보이고 있다. 인도는 국가 안보와 데이터 사생활 우려를 들어 2020년 틱톡과 수십 개의 중국 소유 앱을 금지했다. 현재 딥시크의 주요 시장 중 하나로 남아 있지만, 이 AI 모델은 한국, 호주,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정부 기기 사용이 금지됐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카르티크 나치아판 연구원은 레스트 오브 월드에 "챗GPT, 메타 AI, 잠재적으로 퍼플렉시티와 제미나이의 최대 시장 중 하나가 되는 것은 인도의 기술 주권 야망을 방해한다"며 "장기 목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등 자국 기술 스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치아판 연구원은 "미국이나 서구 AI 기업과 모델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것이 늦어질수록 자국 스택을 완전히 소유하고 배치하는 데 지연이 생길 것"이라며 "이는 국내 혁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인도 정부는 자국의 AI 역량 구축을 위해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를 투입하는 '인디아 AI 미션'을 추진 중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 1월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이며, 세계의 미래는 이와 연결돼 있다"고 선언했다.
◇ 실제 사용자 반응은..."시간 절약 도움, 유료 전환은 미지수"
구글과 퍼플렉시티 등 AI 검색업체들의 이런 치열한 무료 서비스 경쟁에서 정작 혜택을 받는 인도 사용자들의 반응은 무료 제공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입장이고 유료 가입에 대해서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델리대학교 생물학과 한 학생은 레스트 오브 월드에 "제미나이는 기존 검색의 가장 큰 불만인 믿을 만한 답을 얻기 위해 여러 웹사이트를 끝없이 클릭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준다"며 "시간이 훨씬 덜 걸린다"고 평가했다.
시디크는 "제미나이의 가장 큰 장점은 코딩을 도와주고 복잡한 수학 계산도 해결해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퍼플렉시티는 사용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구글이 비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시디크는 "대학생들이 AI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AI를 선호하게 만들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 종료 후 유료 결제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돈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무료 사용자를 유료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기업들의 다음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