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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키스탄 ‘91억 배럴’ 석유 개발 공식화…투자·치안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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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키스탄 ‘91억 배럴’ 석유 개발 공식화…투자·치안이 변수

미·파키스탄 협력에 기대감 커져...관료주의·무장세력·미확인 매장량이 걸림돌
트럼프의 파키스탄 원유 개발 이슈화 속에 미국의 석유 비축고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의 파키스탄 원유 개발 이슈화 속에 미국의 석유 비축고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말 파키스탄 내 대규모 석유 매장지를 미국과 함께 개발하겠다고 공식 밝혔다. 이번 발표는 수십 년간 석유 자급을 꿈꿔온 파키스탄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고 지난 9(현지시각) 워싱턴타임스가 전했다.

◇ 미·파키스탄 석유 개발 공식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파키스탄이 회수 가능한 석유를 약 91억 배럴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파키스탄 당국이 외국 투자자를 설득할 때 자주 인용하는 수치지만, 에너지 연구원 아피아 말리크(Afia Malik)아직 사실로 확인된 적이 없으며 실제 매장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2023년 기준 파키스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0만 배럴이 채 되지 않았다. 미국은 같은 기간 하루 약 1300만 배럴을 생산해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석유는 파키스탄의 최대 수입 품목으로, 국내 소비량의 약 80%를 해외에서 들여온다. 정전이 잦은 이유도 원유 수급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 낙관론 속 지적되는 장애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미국과 파키스탄이 대규모 석유 매장지를 개발할 것이라며 언젠가 인도에 석유를 팔 수도 있다고 적었다. 그는 석유 개발 주체가 될 미국 민간 업체를 선정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파키스탄 정부도 환영 입장을 밝혔다. 아와이스 레가리 전력장관은 미국, 중국 등에서 투자 의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력·석유 분야 자금 유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말리크 연구원은 관료주의, 정치 개입, 행정 비효율이 그동안 투자 유입을 가로막아 왔다고 꼬집었다. 2019년 엑손모빌과 일부 기업이 카라치 앞바다를 탐사했지만, 석유나 가스를 발견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 치안 불안과 정치적 해석


석유 개발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는 치안 문제다. 특히 발루치스탄주에서는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자원 약탈에 반대하며 광산 트럭을 공격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이 세력은 광물 운송과 관련된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직 석유부 고위 관리 G.A. 사브리는 자원 개발 과정에서 지역 주민을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한 적이 없었다며 주민 소외가 갈등을 부른다고 말했다. 말리크 연구원도 지역 사회가 혜택을 실감할 때 보안 확보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 속에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발표가 파키스탄보다 인도를 겨냥한 신호일 수 있다고 본다. 정치 분석가 하산 아스카리 리즈비는 파키스탄이 주된 수혜자가 아니라 전략적 지렛대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계속하자 인도산 상품 관세를 50%로 인상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의 관심이 석유보다 파키스탄의 희토류·광물 개발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파키스탄은 전자제품과 국방 장비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다량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지난 4월 파키스탄 광물 투자 포럼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아직 탐사가 이뤄지지 않아 개발에 난관이 예상된다.

미국과 파키스탄이 추진하는 석유 개발 협력은 양국 경제 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으나, 미확인 매장량, 복잡한 행정, 그리고 치안 불안이 변수가 되고 있다. 석유뿐 아니라 희토류 등 전략 자원 개발 가능성도 향후 미·파키스탄 관계의 주요 축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