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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엔비디아 'DGX'에 특허 '칼날'…유럽 18개국 판매금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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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엔비디아 'DGX'에 특허 '칼날'…유럽 18개국 판매금지 요구

핵심 아키텍처 'dMSA' 설계 도용 주장
미·유럽 기술패권 경쟁 점화…AI 시장 지각변동 예고
독일 파텍이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터 'DGX'의 핵심 기술인 'dMSA' 아키텍처 설계 특허를 침해했다며 유럽 18개국에서의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미국의 기술 독점에 맞선 유럽의 반격으로, AI 시장의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엔비디아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파텍이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터 'DGX'의 핵심 기술인 'dMSA' 아키텍처 설계 특허를 침해했다며 유럽 18개국에서의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미국의 기술 독점에 맞선 유럽의 반격으로, AI 시장의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엔비디아
독일의 슈퍼컴퓨팅 전문기업 파텍(ParTec) AG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 엔비디아를 상대로 뮌헨 통합특허법원에 세 번째 특허 침해 소송을 내며 법률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13일(현지시각) 해외 IT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파텍은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터 'DGX' 시스템이 자사의 핵심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썼다고 주장하며, 특허권이 보호되는 유럽 18개국에서의 판매 금지와 손해배상까지 요구하는 중대한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이번 소송은 유럽의 기술 주권과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 사이의 긴장 관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앞으로 AI 슈퍼컴퓨팅 시장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분수령으로 주목된다.

다툼의 핵심은 파텍이 보유한 '동적 모듈형 시스템 아키텍처(dMSA)' 특허다. 이 기술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프로세서가 연산 중에도 실시간으로 작업을 동적으로 조정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시스템 구조다. AI 슈퍼컴퓨터의 높은 효율과 확장성을 결정짓는 필수 요소다. 이 기술은 이미 유럽 주요 슈퍼컴퓨터에 쓰였고, 전문가들은 이를 차세대 AI 전용 시스템의 기반으로 평가한다.

◇ 엔비디아 거절 후 소송…판매금지·손배 청구


양사의 악연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텍은 엔비디아 측에 협력을 제안하며 자사의 특허 기술인 dMSA 개념과 '파라스테이션(ParaStation)' 소프트웨어의 세부 정보를 공유했다.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터용 GPU 공동 개발 제안은 거절했지만, 이후 여러 프로젝트에서 엔비디아의 GPU를 공급받는 형태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파텍이 같은 기술로 미국 텍사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뒤, 엔비디아는 추가 프로젝트 논의를 중단했다.

파텍은 엔비디아의 DGX 시스템이 자사 특허를 명백히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첫째, 특허권이 설정된 유럽 18개국에서 DGX 제품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 둘째, 엔비디아의 관련 제품 판매 정보 공개, 셋째,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을 요구했다.

◇ "미국 독점 막아야"…유럽 기술 자립 시험대


특히 파텍은 "현재 AI와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기업의 독점 지위가 유럽 혁신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직접 비판하며 이번 소송의 배경을 분명히 했다. 파텍의 이러한 비판은 이번 다툼이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미국 거대 기술 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유럽의 견제라는 더 큰 구도 속에 있음을 드러낸다.

이번 소송이 기술과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dMSA 특허는 AI 모델 훈련 효율과 슈퍼컴퓨터 성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파텍의 손을 들어준다면, 엔비디아는 유럽 안에서 AI 시스템의 설계와 판매 방식을 근본부터 고치거나 파텍과 사용권 조정을 해야 한다. 엔비디아의 유럽 사업에 직접적인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국제 AI 시스템 설계와 특허 경쟁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파텍과 엔비디아의 특허 분쟁은 단순한 기술 다툼을 넘어, 유럽 AI 슈퍼컴퓨터의 자립과 미국 국제 기업의 시장 독점 문제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전략 문제로 떠올랐다. 앞으로 나올 결과에 따라 엔비디아의 유럽 사업 구조 변화는 물론, 국제 AI 하드웨어 시장의 경쟁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