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중국 판매 15% 수수료로 허용·애플 100% 관세 면제
"독립 관리" 해명에도 의구심, 이해상충 논란
"독립 관리" 해명에도 의구심, 이해상충 논란

◇ 주식 보유 현황과 특혜 부여
트럼프가 미국 정부윤리국에 제출한 최근 투자 서류를 보면 트럼프는 지난해 말 61만5000달러(약 8억5000만 원)에서 130만 달러(약 18억 원) 사이의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했고, 65만 달러(약 9억 원)에서 135만 달러(약 1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애플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특별 혜택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기업인 엔비디아가 중국에 인공지능 칩 판매를 다시 시작하도록 허용하는 대신 미국 정부가 해당 수익의 15%를 가져가는 조건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거래는 반도체 제조업체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에도 적용되며, 비판론자들은 이 거래가 전례가 없고 헌법에 어긋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애플의 경우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회의에서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24캐럿 금 베이스가 새겨진 명판을 받은 자리에서 국내 투자 약속을 언급하며 반도체 관세가 100% 면제되는 기업 중 하나로 지목했다.
물론 트럼프의 개별 주식 보유량은 부동산 및 암호화폐 투자에 견줘 달러 가치가 적으며, 그가 개인 주식 수익을 바탕으로 정책 결정을 내렸다는 증거도 없다. 현재 S&P 500 지수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인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많은 투자자들 개별 포트폴리오의 중심이다.
◇ 이해상충 논란과 윤리 문제
1970년대 지미 카터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자산을 맹목 신탁이나 국채에 넣어 재정 갈등을 피하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이런 움직임은 법으로 요구되지 않으며 트럼프는 자신의 주식을 팔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그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는 첫 번째 대통령 임기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자산이 그의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보관되는데, 이는 그가 자신의 투자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하는 맹목 신탁의 차단막에 미치지 못하는 약정이다.
백악관 대변인 안나 켈리는 성명에서 "이해상충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조직 측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모든 투자 결정이 "전적으로 독립 관리자들"에 의해 이뤄지며 트럼프나 그의 가족 구성원은 포트폴리오와 관련해 "지시하거나 영향을 미치거나 의견을 제공할 능력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해명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코넬 대학교 브룩스 공공정책대학원 기술정책연구소 소장인 세라 크렙스 법학 교수는 "이런 종류의 협정에 대한 역사 선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개 서류를 보면 트럼프는 산업 전반에 걸쳐 수백 개 기업의 주식을 보유했지만,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을 포함한 트럼프 자신의 회사 외에도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투자 회사 블랙스톤 등 소수의 기업만이 60만 달러(약 8억3000만 원)를 넘는 주식 보유로 상장됐다.
트럼프 조직은 지난 1월 트럼프의 투자 할당을 트럼프의 의견을 "요청하거나 수용"하지 않는 외부 금융 기관에 의해 독립으로 관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맹목 신탁과 달리 지침에는 트럼프가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어떤 주식이 있는지 아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지난 4월, 트럼프는 트럼프 조직을 운영하는 큰 아들들에게 행정부와 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하버드 대학을 대리했다는 이유로 그 합의를 감독하는 임무를 맡은 변호사를 해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트럼프 조직은 DLA 파이퍼의 카리나 린치를 외부 윤리 고문으로 고용했다.
◇ 시장 반응과 전망
엔비디아와 애플의 주식은 모두 트럼프가 특별 대우를 발표한 후 급등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엔비디아 주식은 지난달 15일 처음으로 170달러(약 23만 원)를 넘어섰는데, 이는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AI 칩의 중국 판매 재개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날이었다.
엔비디아는 정책 전환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전망이다. 회사는 이전에 중국 수출 금지가 아니었다면 1분기에만 H20 칩을 71억 달러(약 9조8600억 원)어치 팔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주식은 쿡의 백악관 방문 후 2020년 7월 이후 최고의 주간 성과를 기록하며 13%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주식 시장 움직임을 열심히 지켜봤으며, 엔비디아 주가도 포함됐다. 지난 7월 10일 아침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트럼프 관세 이후 엔비디아가 47% 올랐다"고 게시했다. 엔비디아 주식은 그날 당시 기록인 164.10달러로 마감하며 4조 달러(약 5560조 원) 시가총액으로 마감한 첫 번째 상장기업이 됐다.
현재 상황에 대해 투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투자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지난 22일 CNBC에 "엔비디아와 애플은 한때 최선호주에 꼽혔지만, 지금은 보유하기 어려운 종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연된 공개 요구사항으로 인해 서류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트럼프의 포트폴리오를 반영한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올해 엔비디아, 애플 및 기타 기업의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다. 공개 기록이나 백악관 모두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주식을 거래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공무원들이 직책을 이용해 주식으로 돈을 버는 일을 막기 위해 의회에서 공무원의 주식거래를 아예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은 트럼프가 이해상충을 통해 이익을 얻었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쿠쉬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대통령 재임 중 재산이 줄어든 첫 번째 대통령"이라며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퇴임 후 기업들에 연설을 하거나 책을 써서 큰돈을 벌었지만, 트럼프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아 돈을 잃었다"고 해명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