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일본의 전략적 각성을 초래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변화가 한반도 억제 구조에 던진 경고와 한국의 생존 전략
- 자체 핵무장 논의를 포함한 2026년형 대전략 심층 분석
- 자체 핵무장 논의를 포함한 2026년형 대전략 심층 분석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12월4일 발표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이 제기한 신호는 분명하다. 그것은 미국이 더 이상 동맹을 “관리 비용이 드는 글로벌 공공재”로 자동 제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베를린 안보회의장에서 나토 최고사령관을 독일이 맡을 수도 있다는 발언이 나왔을 때의 정적은, 단순한 외교적 실언의 파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80년간 작동해 온 전후 질서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이 변화는 유럽의 독일과 아시아의 일본에 가장 먼저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곧 동아시아의 중심부에 서 있는 한국을 향한다.
파리에 소재한 다자 협력 언론매체인 모던 디플로머시(Modern Diplomacy)지는 지난 12월12일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이 동맹국들에게 제기하고 있는 변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에서 지금의 문제는 “미국이 약해졌는가”가 아니라 문제는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힘을 쓰려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맹에게 무엇을 넘기고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냐라고 지적한다. 정확한 말이다. 이 같은 변화는 미중 패권 경쟁의 성격을 바꾸고, 세계 질서를 다극화하며, 동아시아에서는 대만과 한반도를 하나의 전략 공간으로 묶는다. 한국은 이 구조 변화의 가장 민감한 접점에 서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다음 국면: 보호에서 거래로
미중 경쟁은 이미 자유무역과 규범의 경쟁 단계를 지났다. 지금의 경쟁은 레버리지의 경쟁이다. 반도체·AI·금융·표준·군사 배치라는 병목을 누가 쥐고 상대의 선택지를 제한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은 첨단 칩과 장비, 금융 제재와 동맹 표준을 통해 중국의 상승 경로를 관리하려 한다. 중국은 희토류·전략광물·대규모 배치와 가격 경쟁력, 그리고 회색지대 압박으로 응수한다.
독일과 일본의 각성은 지역 문제가 아니다
독일과 일본은 전후 미국이 설계한 질서의 대표적 수혜국이자 관리 대상이었다. 두 나라의 군사적 자제는 도덕적 선택이기도 했지만, 구조적 설계의 결과였다. 이제 그 구조가 흔들린다.
독일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미국이 물러날 경우 나토를 실질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산업·물류 역량을 가진 국가다. 그러나 핵 억제는 여전히 미국에 의존한다. 일본은 대만해협이 흔들리는 순간 생존이 위협받는 지리적 현실 속에 있다. 하지만 핵무장은 정치적 금기다. 두 나라 모두 핵심 억제 수단과 최종 보증이 외부에 있다는 공통의 취약성을 안고 있다.
이 취약성이 동아시아 질서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일본이 대만 유사시를 ‘일본의 생존 위기’로 공식 언어화한 순간, 중국은 이를 레드라인 침범으로 규정했다. 일본의 발언은 일본만의 선택이 아니라, 미일 동맹의 작동 범위를 대만해협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 확장은 곧 한미일 협력의 심화로 이어지고, 중국은 이를 전략적 포위로 인식한다. 갈등이 완화되기 어려운 이유다.
트럼프 2기 효과: 억제의 불확실성, 결단의 가속
동아시아에서는 이 효과가 더 날카롭다. 대만해협의 긴장은 곧바로 해상 교통로, 반도체 공급, 에너지 수송에 영향을 준다. 억제가 약해지면 회색지대 도발이 늘고, 오판의 위험이 커진다. 중국은 “미국이 정말 싸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비용을 계산한다. 이 계산이 바뀌는 순간, 지역 질서는 급변한다.
한국의 위치: 관전자도, 단순 동맹 추종자도 아니다
한국은 독일·일본과 달리 분단과 핵 위협이 현재형이다. 대만 위기가 고조될수록 미군의 주의와 자원은 분산된다. 분산은 기회다. 북한은 이런 구조적 순간을 활용해 위협의 단계를 높여왔다. 한국의 억제는 한반도 전력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동아시아 전체의 억제 신뢰와 연결돼 있다.
또한 한국은 산업적으로 병목의 핵심이다. 반도체·배터리·조선·방산·정밀화학·원전은 미중 모두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곧 양측의 압박이 한국에 집중될 가능성을 뜻한다. 선택의 비용이 커지고, 회피의 공간은 줄어든다.
안보 영향: 전쟁보다 먼저 흔들리는 억제의 신뢰
한국 안보의 최대 위험은 “전쟁 발발” 이전에 나타난다. 억제의 신뢰가 약화될 때, 도발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사이버, 해상, 미사일 시험, 국지적 충돌의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대만해협 위기가 결합되면, 한미동맹의 대응 속도와 범위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은 냉정해야 한다. 확장억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확장억제가 흔들릴 경우의 대안을 국가 차원에서 준비하지 않는 것은 전략적 무책임이다.
경제 영향: 수출이 아니라 비용 구조의 문제
지정학적 긴장은 수출 물량보다 마진과 자본비용을 먼저 갉아먹는다. 해상 보험료, 운임, 재고, 환헤지 비용이 늘고, 투자 결정은 늦어진다. 장치산업의 증설 타이밍이 흔들리면 경쟁력은 장기적으로 손상된다. 여기에 표준과 인증, 보조금 규정이 결합되면 기업의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한국 경제의 대응은 통상 협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안보 컨트롤타워가 실시간 위험을 분석하고 금융·비축·대체 조달을 패키지로 운용해야 한다.
대응 전략의 핵심: 병목을 끊고 표준을 선점하라
한국의 대응 전략은 줄서기가 아니라 설계가 되어야 한다. 첫째, 공급망의 군사적 취약성 제거다. 전략광물과 핵심 소재는 조달 다변화를 넘어 정제·가공·재활용·대체 기술까지 내재화해야 한다. 이는 산업 정책이자 억제 정책이다. 둘째, 한미일 협력의 실전화다. 정보 공유를 넘어 공동 비축, 공동 조달 기준, 상호 인증, 위기 시 우선 공급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협력은 선언이 아니라 운영체계다. 셋째, 표준 전쟁에서의 공세다. 한국은 제조·방산·원전·디지털 인프라에서 가성비와 신뢰를 결합한 패키지를 제3국에 제공할 수 있다. 중국식 저가 패키지와 미국식 고가 솔루션 사이에서 한국형 표준을 확산시키는 것이 장기적 안전판이다.
자체 핵무장 논의: 금기에서 조건부 옵션으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논의는 감정이 아니라 조건과 비용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핵무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최후의 억제 옵션이다. 논의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이다. 첫째, 확장억제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신뢰를 잃는가. 둘째, 대안 억제 수단이 충분한가. 셋째, 핵무장이 가져올 외교·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조건부 자체 핵무장 논의는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은 즉각적 개발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적·기술적·외교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국제 규범과의 충돌 비용을 계산하며, 동맹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핵심은 옵션의 존재를 신뢰성 있게 만드는 것이다. 옵션이 없다고 상대가 믿는 순간, 억제는 약해진다.
동시에 한국은 미 전술핵의 주한미군 재배치, 확장억제의 가시화, 미사일 방어와 재래식 타격 능력의 결합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억제는 단일 수단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일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질서의 공백을 시스템으로 메워라
미국이 만든 질서를 미국이 흔드는 시대다. 독일과 일본의 전략적 각성은 이 변화의 신호탄이다. 동아시아에서는 대만과 한반도가 하나의 전략 공간으로 묶이고, 억제의 신뢰는 더 비싸지고 더 조건부가 된다.
한국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감정적 중립도, 기계적 줄서기도 해답이 아니다. 병목을 끊고, 표준을 선점하며, 억제를 다층화하는 국가 시스템만이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다. 자체 핵무장 논의는 그 시스템의 일부로서, 냉정한 조건부 옵션으로 다뤄져야 한다. 선언이 아니라 준비가 억제를 만든다. 동아시아의 다음 위기는 연설이 아니라 규정과 공급망, 그리고 회색지대의 작은 충돌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 충돌이 전쟁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힘은, 준비된 국가만이 가질 수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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