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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평택 P4 '파운드리' 대신 'HBM4' 올인…라인 가동 3개월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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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평택 P4 '파운드리' 대신 'HBM4' 올인…라인 가동 3개월 앞당긴다

P4 2단계 공간까지 1c D램 전용 라인으로 전환 확정…엔비디아 등 CSP 직접 압력 작용
2026년 말 선제 가동 목표…SK하이닉스·마이크론 신규 팹 지연 속 'HBM4 주도권' 탈환 승부수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P4 팹의 2단계 공간까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핵심인 1c D램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며 생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HBM3E에서 경쟁사에 내준 주도권을 HBM4 시대에 조기 확보하려는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보여준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P4 팹의 2단계 공간까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핵심인 1c D램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며 생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HBM3E에서 경쟁사에 내준 주도권을 HBM4 시대에 조기 확보하려는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보여준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삼성전자가 AI 칩 제조사들의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 반도체 캠퍼스의 건설 및 생산 라인 전환 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 생산 확대를 위해 당초 파운드리(위탁생산)로 고려했던 P4 팹의 일부 공간까지 HBM4 전용 라인으로 전격 전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P4 2단계, HBM4 전용 라인 확정


12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등 국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P4 시설의 2단계(Phase 2) 공간을 HBM4 DRAM의 핵심인 10나노급 6세대(1c) D램 전용 라인으로 운용하는 장기 전략을 확정했다. 당초 이 공간은 파운드리 생산 라인으로 배정될 예정이었으나, 엔비디아(Nvidia)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의 차세대 AI 서버용 HBM 수요 압력이 급증하면서 메모리 라인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HBM은 고객사의 엄격한 품질 검증(Qualification) 없이는 대규모 생산이 불가능한 만큼, 이번 추가 용량 배정은 글로벌 고객사들이 직접적인 수요 압력을 가했음을 시사한다.

P4 4단계 가동, 2026년 말로 앞당겨

삼성전자는 HBM4용 1c D램 칩 제조를 위해 지정된 P4 4단계(Phase 4) 공사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2027년 1분기로 예정되었던 P4 4단계의 완료 목표 시점은 2026년 4분기로 약 3개월 앞당겨졌다. 이로 인해 클린룸 건설 및 장비 설치 일정이 약 2개월 단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P4 2단계와 4단계 모두 원래 파운드리 생산용으로 계획했으나, 계약 제조 수요 약화로 인해 이 영역들을 메모리 생산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P4 4단계가 예정보다 빨리 가동될 경우, 삼성전자는 2026년 HBM 생산량을 의미 있게 늘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주요 공급사가 될 수 있다. 현재 HBM3E 공급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한국, 일본, 미국의 신규 팹 가동 시점이 뒤로 밀리거나 지연되는 제약에 직면해 있다.

HBM4 양산 준비, 2027년 상반기 목표


삼성전자는 이달 초 HBM4에 대한 생산 준비 승인(PRA: Production Readiness Approval)을 완료하며, 개발을 마무리하고 대규모 제조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P4 2단계의 본 공사는 2026년 2분기에 시작되어 2027년 상반기에 가동 준비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P5 팹의 완공 목표를 2027년 5월로 앞당긴 움직임과도 일치한다.

모건스탠리 등의 분석에 따르면, 메모리 업계는 AI 주도 슈퍼사이클에 진입했으며 HBM4와 HBM4E의 출하량은 2026년에서 2028년 사이에 최고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 심화 속 리더십 탈환 승부수

AI 훈련 수요가 글로벌 공급망을 압박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HBM 생산 능력 확보는 차세대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들에게 전략적 우선순위가 되었다. 삼성전자는 1c D램에 대한 조기 투자와 평택 라인의 가속화된 완공을 통해, 최근 제품 주기에서 경쟁사에 내줬던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출하량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HBM4 장비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경쟁사들의 신규 시설 지연 상황을 기회로 삼아, 빠른 타임라인을 통해 급증하는 주문을 흡수하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ditor’s Note]


삼성전자가 평택 P4 팹의 활용 계획을 파운드리에서 HBM4용 1c D램으로 전격 전환하고 가동 시점을 앞당긴 것은 'AI 메모리 리더십 탈환'을 위한 승부수입니다. 이는 엔비디아, 구글 등 CSP(클라우드 사업자)들의 HBM 수요 압력이 파운드리 수요 부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업 동력임을 시사합니다. 경쟁사들이 신규 팹 구축에 시간 제약을 받는 동안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기존 라인을 'HBM 특화 라인'으로 재편하는 전략은, 2026년 말부터 HBM4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HBM4 양산 수율 안정화가 향후 경쟁의 핵심 관건이 될 것입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