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장소부터 오찬 메뉴까지’…미 행정부, 민감 정보 흘러나와
NPR “보안 구멍 또 드러나…지속되는 보안 문제, 개선되지 않아”
NPR “보안 구멍 또 드러나…지속되는 보안 문제, 개선되지 않아”

이번 사안은 지난 15일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 인근 4성급 호텔에서 미국 직원이 남긴 8쪽짜리 문서에서 비롯됐다. NPR 보도에 따르면 호텔 투숙객 3명이 호텔 비즈니스센터의 공용 프린터에서 이 문서를 발견했고, 그중 한 명이 보안을 우려해 익명으로 자료를 제공했다. 문서 첫 장에는 회담이 열리는 기지 내 특정 회의실 이름과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예우 차원에서 선물할 미국 대머리 독수리 책상 동상 계획이 명시돼 있다.
이어 2쪽부터 5쪽에는 미국 측 실무자 3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정상급 인사 13명의 참석자 명단과 러시아 인사 이름 발음 표기가 포함돼 있다. 오찬 메뉴도 상세히 적혀 있어 한 끼 식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각하를 기리기 위해’ 준비됐으며, 샐러드, 필레미뇽, 넙치 올림피아, 크렘브륄레가 예정돼 있었다고 기재됐다. 좌석 배치표에는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옆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자리하는 것으로 돼 있고, 푸틴 대통령 맞은편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이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현지 언론과 담당자 증언에 따르면, 이날 예정됐던 점심식사는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면서 취소됐다. NBC 등 외신은 오찬 생략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문서 유출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잇따른 보안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된다. 최근에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법 집행 그룹 채팅방에 무단 인원이 포함된 사건, 올해 3월에는 국가안보팀이 임박한 군사작전을 다룬 그룹 채팅에 기자를 잘못 포함시킨 일도 있었다.
이번 앵커리지 미러 정상회담은 150분가량 진행됐으며, 앞서 2018년 헬싱키 회담과 달리 장시간 오찬과 대화가 불발되면서 의제 협의와 신뢰 구축 면에서 한계를 노출했다는 평가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정치·안보 이슈가 여전히 첨예한 가운데, 이번 문서 유출은 행정부 내부의 보안 태세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결과가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