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5개 철강사 제소에 1년 조사…"덤핑 수입으로 심각한 피해" 결론
현지 업계는 점유율 확대 기대…한·중 수출기업 타격, 무역 분쟁 가능성도
현지 업계는 점유율 확대 기대…한·중 수출기업 타격, 무역 분쟁 가능성도

17일(현지시각) 베트남 경제신문 바오더우뜨에 따르면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이날 '결정 제2310/QD-BCT호'를 통해 중국과 한국산 일부 도금 강판 제품에 공식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관세 부과는 베트남의 「대외무역관리법」과 「무역구제조치법」에 근거하며, 기본 5년간 효력을 갖는다.
조사기관은 1년 넘는 조사 끝에 ▲해당 수입품이 덤핑으로 팔렸고 ▲이 때문에 베트남 국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봤으며 ▲덤핑 수입과 국내 산업 피해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최종 판정했다. 산업무역부는 "조사 대상 수입품이 국내 산업과 이를 원자재로 쓰는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 1년 조사 끝 "덤핑·산업 피해 인과관계 명확"
이번 반덤핑 조사는 호아센 그룹(Hoa Sen Group), 남킴 스틸(Nam Kim Steel), 푹엉남 스틸(Ton Phuong Nam), 동아 스틸(Ton Dong A), 중국강철과 일본제철의 베트남 합작법인 등 현지 5개 철강사가 2024년 5월 3일 공동으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한·중 제품이 비정상적인 저가에 수입돼 시장점유율 하락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무역부는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6월부터 조사를 벌여왔다.
조사기관은 덤핑 마진을 확정하려고 중국과 한국의 생산·수출 기업을 상대로 현지 실사를 진행했다. 덤핑 행위 조사는 2023년 4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를 대상으로 했으며, 국내 산업 피해 조사 기간은 2018년 4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였다.
◇ 현지 업계 '환영' 속 한·중 수출길 '빨간불'
베트남 정부의 결정으로 현지 내수 업체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한·중 수출 기업과 관련 산업계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중국 기업은 37%가 넘는 높은 관세율로 가장 큰 타격이 불가피하고, 15%대 관세가 매겨진 한국 기업 역시 수출 물량 감소와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자동차, 건설, 가전 등 도금강판을 핵심 소재로 쓰는 베트남 내 다른 산업에서는 단기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국제 통상 관점에서 이번 결정은 베트남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중국산 제품 견제를 강화하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미국, EU 등이 한국산 철강에 꾸준히 제기해 온 '덤핑 논란'에 베트남도 동참한 모양새다. 다만 베트남 정부는 WTO 규약에 따른 정식 조사 절차를 모두 지켜 국제 규범과 충돌할 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과는 양자 및 다자 FTA를 맺었지만, FTA 협정 역시 덤핑 같은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규제는 예외로 허용하기에 법적 충돌 가능성은 낮다.
앞으로 중국·한국산 제품의 가격 상승이 예상돼 호아센, 남킴 등 베트남 현지 기업들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맞서 한·중 기업들이 WTO에 제소하거나 베트남 정부에 재심을 요청하는 등 무역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