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도 무역 균열 틈타 파키스탄, 백악관과 거리를 좁히며 외교 반전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와의 무역을 두고 충돌하는 동안 파키스탄은 관세 혜택과 자원 협력, 군사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빠르게 강화했다.
◇ 인도에 50% 관세, 파키스탄에 19%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서 파키스탄을 “속임수 국가이자 테러리스트 은신처”로 지목하며 인도 편에 섰다. 그러나 올해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에 50%의 고율 관세를 물린 반면, 파키스탄은 처음 예고된 29%에서 크게 낮춘 19% 관세를 적용받았다. 이는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은 이달 초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뒤 이슬라마바드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번 미국 방문은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자원·암호화폐 협력, 트럼프 인맥 활용
파키스탄은 에너지와 광물, 새로운 금융 산업을 연결고리 삼아 백악관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의 “큰 석유 매장량”을 탐사하는 공동 계획을 언급했고,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과 암호화폐 사업 의향서를 서명했다.
특히 트럼프 측근을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트럼프 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조지 소리알, 전 경호원 키스 쉴러가 이끄는 로비 회사 ‘재블린 어드바이저스’를 고용했고, 트럼프 가족이 후원하는 암호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과도 협정을 체결했다. 파키스탄 총리실 발표에 따르면, 이 협약에는 트럼프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의 아들 재커리 위트코프가 미국 대표단에 포함돼 있었다.
워싱턴의 남아시아 분석가 마이클 쿠겔만은 “파키스탄이 트럼프의 개인적·가족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 군사 협력은 확대…“지속성은 의문”
군사협력도 속도를 냈다. 지난 5월 미국은 파키스탄 남서부에서 반군 활동을 벌이는 ‘발루치스탄 해방군’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하며 대테러 공조를 약속했다. 이어 몇 주 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중재 직후 무니르 육군총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단독 오찬을 가졌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군 수뇌와 단독으로 식사를 한 것은 드문 일로 꼽힌다.
파키스탄 정치평론가 아야즈 아미르는 “파키스탄은 트럼프의 자존심과 취향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말리하 로디 전 미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아첨은 전략이 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유지할 기반은 여전히 약하다”고 말했다.
실제 파키스탄의 석유 개발 사업은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고, 희귀 광물 매장지는 치안 불안 지역에 집중돼 있다. 암호화폐 산업 역시 극심한 전력난으로 안정적 성장이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현재 “얻을 만큼 얻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본다. 인도와의 관계가 흔들리는 틈에 양국이 긴밀히 밀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와 치안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이번 성과가 오래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