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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메타, AI 인재 영입전 중단…'초지능 랩'으로 조직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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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메타, AI 인재 영입전 중단…'초지능 랩'으로 조직 재편

수십억 달러 쏟아부은 '인재 전쟁' 과열 우려…투자자 압박에 숨 고르기
라마 모델 실패 딛고 '초지능'에 사활…성공 시 패권, 실패 시 '최대 돈 낭비' 비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메타는 최근 오픈AI, 구글, 애플, xAI 등에서 AI 인재 50명을 영입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메타는 최근 오픈AI, 구글, 애플, xAI 등에서 AI 인재 50명을 영입했다. 사진=로이터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인재 영입 공세로 전 세계 AI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메타 플랫폼스가 돌연 채용 중단을 선언하고 대규모 조직 개편에 나섰다. 막대한 비용 지출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숨 가쁘게 달려온 초거대 AI 개발 경쟁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조직 안정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주부터 AI 부서의 신규 채용을 모두 동결했다. 이번 조치는 부서 안 팀 사이의 인력 이동까지 금지했으며, 동결 기간은 내부에 알리지 않았다. 예외로 외부 채용이 필요하면, 메타의 최고 AI 책임자(CAIO) 알렉산드르 왕의 직접 허가를 받아야 한다.

메타 대변인은 이번 조치를 공식 확인하며 "인력 충원과 한 해 예산 계획을 마친 뒤, 새로운 초지능 개발을 위한 견고한 구조를 만드는 기본 조직 계획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과열된 인건비를 줄이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뜻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메타가 주도해온 AI 인재 전쟁의 '과열' 양상과 무관하지 않다. 월스트리트의 스타 펀드매니저처럼 일부 AI 연구자의 보상금이 1억 달러(약 1398억 원)를 훌쩍 넘어서는 '스타 연구자' 시장이 생긴 가운데, 메타는 올해 오픈AI, 구글 등 경쟁사의 핵심 인력을 영입하려고 수억 달러에 이르는 보상금을 제안하고, 유망 스타트업의 지분을 사들이며 핵심 인재만 영입하는 '역인수합병' 방식까지 동원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에 투자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모건 스탠리는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메타와 구글이 AI 인재를 유치하려고 내놓는 주식 보상이 급증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 환원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인재에 대한 막대한 지출이 "엄청난 가치를 만드는 AI 혁신을 이끌 수도 있지만, 뚜렷한 혁신 성과 없이 주주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AGI' 넘어 '초지능'으로…AI 조직 전면 수술


채용 동결과 함께 이뤄진 조직 개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메타는 기존 AI 부문을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 아래 4개 팀으로 꾸렸다. ▲새로 온 인력을 대거 배치해 초지능(ASI) 연구에 힘쓰는 'TBD 랩' ▲상용 AI 제품을 개발하는 'AI 제품팀' ▲컴퓨팅 기반 시설을 맡는 '인프라팀' ▲장기 순수 연구를 수행하는 '기초 AI 연구(FAIR)'팀이 그 골자다. 단순 거대언어모델(LLM)이나 범용인공지능(AGI) 단계를 넘어 '초지능'을 조직의 뚜렷한 목표로 삼은 것이다.

이번 개편 과정에서 기존 거대언어모델 '라마(Llama)'를 개발하던 'AGI 파운데이션스' 팀은 해체했다. 이 팀은 지난 4월 공개한 라마 모델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안팎에서 "성급한 자원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팀 소속 여럿이 최근 주식 지급일인 8월 15일을 전후해 회사를 떠나면서 내부 사기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 저커버그 직접 나선 영입전…15억 달러 제안도


라마 모델의 부진을 계기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채용에 뛰어들었다. 그는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등의 핵심 연구원들에게 직접 전자우편과 와츠앱 메시지를 보내 영입을 시도했고, 일부에게는 총보상액 1억 달러(약 1398억 원)에 이르는 파격 제안을 건넸다. '씽킹 머신 랩'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털럭은 최대 15억 달러(약 2조 977억 원) 수준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메타는 8월 중순까지 오픈AI에서 20명 이상, 구글에서 13명 이상, 애플과 xAI에서 각 3명, 앤트로픽에서 2명 등 50명이 넘는 핵심 인력을 확보했다. 스케일 AI 공동 창업자 알렉산드르 왕을 데려오려고 그의 회사 지분을 140억 달러(약 19조5790억 원)에 사들이고, 깃허브 전 CEO 냇 프리드먼과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 공동 창업자 대니얼 그로스까지 영입하며 진용을 갖췄다.

메타의 이번 채용 동결은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과도한 인재 확보 경쟁을 잠시 멈추고 조직을 정비하며 투자자들을 달래려는 여러 목적을 둔 한 수다. 이미 업계 핵심 두뇌를 여럿 확보한 메타의 이번 전략은 '막대한 비용'과 '잠재적 혁신'이라는 갈림길에 섰다. 성공하면 메타는 앞으로 올 초지능(ASI) 시대의 주도권을 먼저 쥔 기업으로 떠오르겠지만, 실패한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역사상 가장 큰 돈 낭비"라는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