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신사, 엡스타인 고객 명단도 없어"…핵심 의혹 전면 부인
트럼프 前 변호인이 인터뷰 진행…사면 염두에 둔 '자기 구제' 비판도
트럼프 前 변호인이 인터뷰 진행…사면 염두에 둔 '자기 구제' 비판도

법무부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블랜치 차관은 맥스웰에게 면책 특권을 주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위 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기소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맥스웰은 인터뷰 내내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맥스웰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어떤 부적절한 상황에 있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목격한 적이 없다"며 "그는 누구에게도 부적절하게 군 적이 없으며, 내가 함께했던 시간 동안 모든 면에서 신사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엡스타인을 만나기 전인 1990년대에 아버지를 통해 트럼프를 먼저 알았다고 밝혔으며, "트럼프는 항상 내게 매우 정중하고 친절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가 마사지나 그와 얽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어떤 맥락에서도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Absolutely never, in any context)"고 잘라 말했으며, 대통령이 된 그의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고도 밝혔다.
특히 맥스웰은 엡스타인 사건의 핵심 의혹으로 꼽혔던 '고객 명단'과 '협박설'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에게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공급했다는 '고객 명단'은 존재하지 않으며, "누군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현대판 살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엡스타인을 두고는 "어린 아이들에게 끔찍한 짓을 한 역겨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역시 지난 7월 관련 메모에서 추가 범죄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엡스타인의 죽음을 두고도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그는 2019년 엡스타인이 뉴욕 맨해튼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공식 발표를 믿지 않는다며, 외부 세력에 따른 암살이 아닌 "내부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누군가 협박을 우려해 그를 제거하려 했다면, 그가 감옥에 가기 전에도 기회는 많았다. 그는 아주 쉬운 표적이었을 것"이라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 '사면 노린 발언' 비판 속 신빙성 논란
엡스타인 피해자 쪽은 맥스웰의 진술에 즉각 반발했다. 브리트니 헨더슨 피해자 변호인은 "위증죄로 기소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을 바라고 하는 증언에 신빙성을 주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자신을 구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데이비드 마커스 맥스웰 변호인은 "맥스웰은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며 "진실을 밝히려는 법무부와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 클린턴과는 "내가 친구"…유력 인사와 관계 선 긋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두고는 "클린턴은 엡스타인의 친구가 아니라 내 친구였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클린턴이 엡스타인을 '비행기를 가진 부자' 정도로 여겼을 뿐이라며, 2002년이나 2003년 엡스타인의 비행기를 이용해 클린턴과 함께 중남미를 다녀온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버진아일랜드 개인 섬에 방문했다는 의혹은 "절대 간 적 없다"고 단언했다.
맥스웰은 이번 인터뷰에서 트럼프, 클린턴 등 핵심 인물들의 범죄 혐의나 부적절한 행위를 목격한 바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관련 문서 비공개 논란을 "야당의 음모"로 보고 있으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에서도 파일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법무부가 투명성 확보를 내세워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트럼프와의 관계나 사면 논의 가능성 같은 다른 의혹만 키우면서 논란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