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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중국 사회보험료 강제징수로 소상공인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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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중국 사회보험료 강제징수로 소상공인 대란

GDP 9.61% 적자에 몰린 베이징, 9월부터 40% 인건비 폭탄
중국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사회보험료 강제 징수로 저변층에서 고통지수가 급등할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사회보험료 강제 징수로 저변층에서 고통지수가 급등할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로이터
중국 정부가 오는 91일부터 사회보험 분담금 납부 규정을 전면 시행하면서 인건비가 최대 40% 급증해 소규모 기업들의 대량 폐업이 우려되고 있다고 에포크 타임스가 지난 23(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그동안 사실상 방치해왔던 사회보험료 미납 관행을 오는 9월부터 완전히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국의 사회보험 분담금은 연금, 의료, 실업, 산재, 출산보험과 주택공적금을 포함해 임금의 40~60%에 이른다. 베이징 기준으로 고용주는 임금의 31.5~40.2%, 근로자는 15.5~22.5%를 각각 부담해야 한다.

메릴랜드 거주 중국 경제학자인 헨리 리(Henry Li)"중국 정부가 단순히 자금이 부족해 더 이상 경기 부양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 4~5명을 둔 소규모 식당이 갑자기 인건비가 40% 증가하면 유일한 해법은 사업 중단뿐"이라고 에포크 타임스에 말했다.

◇ 재정난에 몰린 중국 정부의 강수
중국의 이번 조치는 부동산 침체로 인한 심각한 재정난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차이나 파워 프로젝트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전체 예산 적자는 사회보험 기금 부족분을 제외하고도 국내총생산(GDP)9.61%로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6.5%, 프랑스 5.8%, 영국 4.4%의 적자율을 보였다.

중국 감사원은 지난 6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5개 성이 주민 연금 계획에서 최소 6016000만 위안(116200억 원)을 잘못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414억 위안(79900억 원)은 횡령이나 사기를 통해 빠져나갔고, 13개 성은 4062000만 위안(78400억 원)의 연금 분담금을 공무원 급여, 운영비, 대출 이자 등 일반 정부 지출에 돌려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지난달 1'자발적' 분담금 납부 포기에 관한 모든 서면이나 구두 합의를 무효화하는 사법해석을 발표했다. 당국이 연체료 납부를 명령할 경우 하루 약 0.05%의 연체료가 누적된다. 근로자가 회사의 분담금 미납으로 사직할 경우 법원이 퇴직금 지급 요구를 뒷받침할 수 있다.

미국 거주 경제학자 데이비 웡(Davy J. Wong)은 에포크 타임스에 "베이징이 새로운 법률 대신 법원의 '해석'을 통해 이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식 판결의 외관을 만들어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그룹 BBVA 연구에 따르면 지방정부 융자기구들이 중국 경제 규모의 절반이 넘는 78조 위안(15000조 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차이나 경영대학원 지식(CKGSB Knowledge)에 따르면 매 분기마다 최소 1조 위안(193조 원)의 지방정부 융자기구 채권이 만기가 돼 끊임없는 자금조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 고령자 고용 급증하는 '편법' 성행

새로운 규정 시행을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구인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상하이 푸토구의 한 동네 식당은 최근 "60세 이상 남성, 55세 이상 여성 환영, 후한 대우" 구인 광고를 내걸었다. 퇴직자들은 대부분의 급여세 비용에서 면제되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퇴직자 왕씨는 에포크 타임스에 "한 만두 가게에서 월 3000위안(58만 원)에 사회보험료 공제 없이 일하게 됐다""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고령자들이 높은 수요를 받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항저우의 퇴직자 우씨는 "지역 커피숍들이 젊은 직원들을 고령자로 바꾸고 있으며 월 4200위안(81만 원)까지 제공한다""많은 젊은 근로자들의 실제 받는 돈보다 많다"고 전했다. 그는 "중년 실업자들에게도 힘든 상황으로, 나이 든 부모와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 리조트와 맥도날드 차이나는 공개적으로 시간제 고령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관영 차이나 데일리가 보도했다.

쓰촨성 서부의 한 소규모 장식업체 사장은 에포크 타임스에 "마지막 직원 3명을 해고하고 아버지와 형, 사촌을 데려와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가족이라면 분담금을 내지 않아도 소송을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들어 도처에서 해고가 일어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젠성 진장 울리과학기술산업단지의 한 기계업체 직원은 "2015년 입사 이후 회사가 한 번도 사회보험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직원 32명 중 10명만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회사가 사회보험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전액 자비로 내라고 한다"고 전했다.

헨리 리는 "퇴직자 고용 급증은 임시방편일 뿐 영구적 해법이 아니다"라며 "법으로는 사회보험 분담금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고령자들은 음식 배달이나 중노동을 할 수 없고 건강상 위험도 높아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웡은 "대부분 지역에서 재고용된 퇴직자를 기본 연금에 다시 등록하지 않지만, 고용주는 여전히 산재보험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전체 '5대 보험과 1개 주택기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그래서 접객, 인사, 가벼운 주방 일들이 점점 더 고령 근로자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헨리 리는 "이번 단속은 겉으로는 규정 복원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재정 구멍을 메우려는 정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고용주, 당장의 현금과 미래 혜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근로자들이 만드는 긴장 상태를 보여준다""이러한 균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중국 경제의 현재 상태와 전망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