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없는 즉시 실행' 경험 무기…갤럭시·TV 생태계와 연동
애플 '앱스토어' 모델과 정반대…스트리밍으로 XR 대중화 선언
애플 '앱스토어' 모델과 정반대…스트리밍으로 XR 대중화 선언

삼성전자의 우종혁 서비스·개발자·마케팅 담당 글로벌 부사장은 T3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무한'은 콘텐츠와 그 즉각적인 접근성 측면에서 많은 흥미로운 기회를 열어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이 게임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부사장은 "사용자에게 경험을 즉시 제공하는 능력은 '무한'의 미래에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친구, 동료와 함께 한 경험에서 다음 경험으로 원활하게 이동하고, 그들이 가지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으려 기다릴 필요가 없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 이 기술을 폭넓게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XR 기기에서 '내려받기 없는 순간 실행' 경험을 구현해, 앱스토어 의존도가 큰 경쟁 생태계보다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을 암시한다.
삼성의 이런 구상은 최근 유럽 시장에 선보인 자체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의 성공적인 확장에 바탕을 둔다. 지난주 게임스컴을 통해 영국과 독일에 공식 출시한 이 서비스는, 기기 사양과 관계없이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가 '모바일 게이밍 허브'를 통해 게임을 바로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XR 헤드셋은 이런 '설치 없는(install-free)' 경험을 극대화할 최적의 기기로 꼽힌다. 과거 스마트폰 삽입형 '기어 VR'의 한계를 넘어, 이번에는 독자 하드웨어, 구글 소프트웨어, 퀄컴 칩셋,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재도전한다.
◇ 애플 '앱 생태계'에 클라우드로 맞불
삼성의 클라우드 전략은 애플 비전 프로와의 경쟁 구도에서 그 의미가 뚜렷하다. 비전 프로가 고성능 애플 실리콘 칩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로컬 성능과 앱 내려받기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했다면, '프로젝트 무한'은 기기 자체의 연산 부담을 클라우드로 분산시키는 모델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기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스트리밍 기반의 즉각적인 콘텐츠 소비 환경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또한,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가 콘텐츠 접근성으로 시장을 주도하지만, 삼성은 자사의 강력한 세계 스마트 기기 연동성을 활용해 한 차원 높은 생태계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 10억대 갤럭시 넘어 가전까지…'모든 스크린의 XR화'
삼성은 XR 헤드셋을 포함한 자사의 방대한 기기 생태계를 하나의 거대한 콘텐츠 플랫폼으로 묶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 우 부사장은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갤럭시 기기 사용자와 세계 1위 스마트 TV, 오디세이 모니터, 심지어 스크린이 달린 냉장고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이 모든 스크린에서 콘텐츠가 보편적이고 원활하게 살아 숨 쉬는 미래를 믿는다"고 말했다. ‘모든 스크린=XR 포털’이라는 거대한 구상이다.
물론 당면 과제도 있다. 현재로서는 플랫폼을 넘나들며 완벽하게 구동하는 콘텐츠 자체가 부족하다. 우 부사장은 "'레드 데드 리뎀션 2' 같은 대작 게임은 거실의 대형 화면에 최적화해 6인치 모바일 화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점점 더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크로스 플랫폼을 핵심 전략으로 고려하고, 콘텐츠가 그 방향으로 발전함에 따라 삼성의 기술은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기반 시설의 안정성(지연 시간 최소화), 콘텐츠 개발사와의 크로스 플랫폼 지원 계약, 그리고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