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사기업' CATL 상장 지원이 발단…JP모건·BoA 정조준
SEC도 中 기업 상장폐지 압박…월가, 수익과 안보 사이 딜레마
SEC도 中 기업 상장폐지 압박…월가, 수익과 안보 사이 딜레마

◇ '中 군사기업' 지원 문제 삼아…의회, CEO 소환 초강수
이번 사태는 지난 1월 미 국방부가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을 '중국 군사 관련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JP모건과 BofA가 CATL의 홍콩 IPO 인수단으로 참여하자, 미 하원의 '미중전략경쟁 특별위원회'가 이를 문제로 제기했다. 위원회는 "군산복합체와 연결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인권 탄압과 미군 위협에 가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결국 위원회는 지난 7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와 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에게 소환장(subpoena)을 보내고 8월 8일까지 출석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RBC 캐피털 마켓의 한 분석가는 "미국 의회가 세계 최대 은행 CEO에게 소환장을 보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정치적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압박은 의회를 넘어 규제 당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중국 기업의 상장을 제한하라는 서한을 보냈고, SEC는 6월부터 '외국 민간기업 발행사(FPI)' 제도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FPI는 외국 기업의 정보 공개 의무를 덜어주는 제도로, 그간 많은 중국 기업이 이를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SEC의 폴 앳킨스 위원장은 "FPI 자격으로 미국에만 상장한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계"라고 밝혀, 이번 개편이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했다. 제도가 바뀌면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신규 상장이 막히고 기존 기업의 상장폐지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전방위 압박에도 미국 대형 은행들은 아직 중국 사업 철수나 축소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홍콩 IPO 시장의 자금 조달액은 약 39억 9400만 달러(약 5조 5500억 원)로, 일본 시장 전체 규모를 웃돌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가 지난 5월 중국 고위 관료와 만나는 등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외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UC샌디에이고 21세기 중국센터의 빅터 시 소장은 "현재 압력은 1차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강하다"면서도 "금융업계는 워싱턴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행정부의 직접 규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중 비즈니스 협의회(USCBC)는 "중국 기업의 대형 IPO가 뉴욕에서 홍콩으로 옮겨가면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중 갈등의 핵심이 '투자기회 비용 대 안보 위협' 구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SEC 규제 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 기업의 '나스닥·뉴욕 증시 탈출'이 빨라지고, 기술 분야에 이어 '금융 분리'가 미중 경쟁의 중요 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