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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1000W ‘초강력 모터’ 시대…전기자전거의 경계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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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1000W ‘초강력 모터’ 시대…전기자전거의 경계가 흔들린다

유럽 250W·미국 750W 규제 속 고출력 경쟁 확산…업계 “접근성 위축 우려”
e바이크 모토 업계의 선두주자 독일 보쉬의 모터가 장착된 산악용 전기자전거. 사진=보쉬이미지 확대보기
e바이크 모토 업계의 선두주자 독일 보쉬의 모터가 장착된 산악용 전기자전거. 사진=보쉬

산악용 전기자전거(e-MTB) 시장에서 순간 최대 출력 1000W급 모터와 100Nm 이상 토크를 내세운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경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출력 경쟁이 이어질 경우 전기자전거의 법적 지위가 위협받아 보험·면허·번호판 의무화 등 오토바이형 규제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자전거 성능 논란의 핵심으로 정격 출력과 피크 출력의 차이를 꼽는다. 정격 출력은 모터가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전력을 뜻하고 유럽에서 법으로 정한 250W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피크 출력은 언덕을 오르거나 급가속할 때처럼 짧은 순간에 최대치로 뿜어낼 수 있는 전력을 말한다.

예컨대 정격 250W 모터라도 실제 주행에서는 순간적으로 600~1000W까지 힘을 낼 수 있다. 이 차이 때문에 규제가 정격만 다루면 제조사들이 고출력 모터를 내놓고도 합법성을 주장할 수 있는 ‘회색지대’가 생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북미와 유럽, 다른 규제 틀


31일(현지시각) 세계적인 산악자전거 전문매체 핑크바이크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 규정에 따라 전동자전거 모터를 정격 750W로 제한하고 있으며, 보조 속도는 시속 20마일(약 32km) 이하로 규정돼 있다. 반면 유럽은 연속정격 250W만 명시해 피크 출력은 규제 공백 상태다. 이로 인해 제조사들이 더 강력한 모터를 내놓으면서도 합법성을 주장하는 ‘회색지대’가 형성돼 있다.

◇ 제조사별 시각


e바이크 모터 분야의 선두주자인 독일의 보쉬는 “더 높은 출력 구현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자전거 분류 지위 보존이 우선”이라며 글로벌 750W 상한선 유지를 주장했다. 중국 드론 제조사 DJI의 전기자전고 모터 브랜드인 아비녹스는 단순한 출력 제한보다는 파워·중량비 기준과 사용자 맞춤 모드를 제시하며 정교한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저긴 고급 자전거 브랜드인 스페셜라이즈드는 배터리 효율 문제를 언급하며 800Wh 배터리가 1200W 전력을 끌어쓸 경우 약 40분밖에 지속되지 않아 장거리 주행에는 평균 400W 수준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 단체와 업계 반응


미국의 자전거 동호단체 피플포바이크스는 “토크 규제는 현실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하다”며 기존의 속도·스로틀 중심 규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최근 주별 입법을 통해 전기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작업도 진행해왔다.

◇ 전망과 과제


일부 신형 모터는 ‘지원비율 8:1’을 넘어서 라이더의 페달링이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원비율 8:1이란 전동바이크 모터가 페달을 밟는 힘에 비해 얼마나 보조 동력을 얹어주는지를 나타내는 수치, 즉 페달 힘 대비 모터가 몇 배를 보태주는지를 말하는 지표다. 지원비율이 2:1 정도면 여전히 ‘사람이 페달을 밟는 게 중심’이라는 느낌이 남지만 8:1까지 가면 사람이 조금만 힘을 줘도 거의 ‘오토바이처럼’ 달리게 되며 사실상 자전거라기보다 모터가 주도하는 차량에 가까워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트레일 접근 제한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산악 주행과 일상 이동에는 750W면 충분하다”며 무분별한 출력 경쟁보다 배터리 내구성·구동계 효율·안전성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