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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쇼핑몰 과잉 공급 현실화…애플 첫 매장 철수로 드러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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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쇼핑몰 과잉 공급 현실화…애플 첫 매장 철수로 드러난 민낯

지난달 문을 닫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의 애플 직영매장. 사진=애플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문을 닫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의 애플 직영매장. 사진=애플

애플이 중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직영 매장을 폐쇄했다. 랴오닝성 다롄시에 있는 인타임시티몰에서 영업해온 매장이 지난달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나타난 애플의 첫 매장 철수 사례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의 쇼핑몰 과잉 공급과 소비 둔화가 맞물리며 애플 철수로 이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 애플, 다롄 인타임시티 매장 10년 만에 폐쇄


애플은 인타임시티몰에 지난 2015년 직영 매장을 열었으나 지난달 초 결국 영업을 접었다. 이번 폐쇄는 중국 내 58개 애플스토어 가운데 첫 사례다.
회사 측은 “쇼핑몰 내 다수 점포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매장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폐점 매장 직원들은 다른 지점으로 이동 배치했다”고 밝혔다. 다롄에는 여전히 올림피아66몰 매장이 운영 중이며 이번에 문을 닫은 매장 직원 일부도 이곳으로 옮겨 근무하게 됐다.

◇ 쇼핑몰 공급 급증과 소비 위축


NYT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3년 이후 쇼핑몰 수가 두 배로 증가해 현재 약 6700개에 이른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전체 쇼핑몰의 6분의 1가량이 문을 닫았고 현재 미국의 쇼핑몰 수는 약 1107개에 불과하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430개의 신규 쇼핑몰이 문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아파트 개발에는 부동산세가 거의 붙지 않는 반면 쇼핑몰에는 매출세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 때문에 건설을 독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 위축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며 쇼핑몰 경영 악화는 심화됐다. 중국 상무부 산하 유통업계 이익단체인 상무총괄협회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백화점의 3분의 2가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며 “핵심 원인은 고객 흐름과 소비 여력 감소”라고 밝혔다.

◇ 희비 엇갈리는 쇼핑몰…입지·차별화가 관건


다롄 인타임시티몰은 지난 2022년 코로나19 사태로 장기 봉쇄된 이후 재정난에 빠졌고 현재는 애플과 보스 매장 등 다수 점포가 폐점했다. 반면 올림피아66몰과 파빌리온몰은 지하철역과 직결돼 고객 접근성이 높고 식당과 엔터테인먼트 시설 비중을 대폭 늘려 활기를 띠고 있다. 광저우의 그랜드뷰몰은 대형 수족관을 설치해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소매업계 관계자인 제리 마오 상하이탕 대표는 “중국에서 좋은 입지와 콘텐츠를 갖춘 쇼핑몰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몰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중국 스마트폰 시장 내 입지 흔들리는 애플


애플의 매장 철수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18.1%, 비보 17.3%, 오포 15.5%, 샤오미 15.1% 순이지만 애플은 13.9%로 5위에 머물렀다. 중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해 스마트폰·전기차 소비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현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탓이다.

애플은 올해 말까지 중국 내 매장 수를 58개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철수가 중국 내 소비 침체와 현지 브랜드 경쟁 심화 속에서 애플의 장기적 시장 전략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