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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현대차 조지아 공장 단속, 비자 문제·산업안전 사각지대 동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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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현대차 조지아 공장 단속, 비자 문제·산업안전 사각지대 동시 노출

H-1B 비자 부족으로 ESTA·B-1 남용→ICE 단속…연쇄 산업재해 방치, 이민단속만
한국인 475명 구금…3500억 달러 투자 협상 차질·노동안전 방치 논란
지난 7일(현지시각)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7일(현지시각)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조지아 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민단속이 한국 기업의 비자 취득 한계와 미국 내 산업안전 사각지대를 동시에 드러내며 양국 간 투자협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ICLG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들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미국 제조업 부흥 과정에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마찰과 충돌이 일어나고 있어, 미국 행정부의 조속한 해결 필요성을 지적했다.

H-1B 비자 한계로 ESTA·B-1 비자 남용 불가피


이번 단속에서 구금된 한국인 대부분은 전자여행허가시스템(ESTA)이나 단기 B-1 사업비자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비자는 본래 고용을 제한하는 문서이나, 한국 기업들이 전문직 H-1B 비자 취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차선책이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연간 H-1B 비자를 85000개만 발급하고 있어 한국인들이 취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호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는 연간 승인 근로자 수를 보장하는 비자 할당량이 제공되나, 한국에는 그러한 할당량이 없는 상황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사건 이후 전문가들이 조지아 공장 시운전을 돕기 위해 출국했으나 오는 10월 생산 개시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정확한 서류 없이 입국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노동자와 이민 변호사들은 한국 국민들이 단속 이전에 위험 신호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은 미국의 이민법을 존중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세계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훌륭한 기술 인재를 갖춘 매우 똑똑한 사람들을 합법으로 데려오는" 것을 장려한다면서도 그 대가로 미국 근로자를 고용하고 훈련하는 조건으로 "신속하고 합법으로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잇단 사망사고에도 산업안전 대신 이민단속


이번 단속의 배경에는 현대-LG 합작공장에서 발생한 연쇄 산업재해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3월 한 현장 근로자가가 지게차에 치여 허리 위가 절단된 채 숨지는 참혹한 사고가 발생했다. 브라이언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가 공개한 현장 사진에는 현대 로고가 붙은 지게차 앞에서 10~15피트 길이의 혈흔이 발견됐다.

이 공장에서는 2023년 작업자가 60피트 높이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도 지게차에서 떨어진 화물에 맞아 또 다른 작업자가 숨졌다. 현지 언론 WTOC는 이 부지에서 53차례 응급상황이 발생했으며, 이 중 12차례 이상이 지게차 사고와 컨베이어벨트 끼임 등 외상성 부상이었다고 보도했다.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더 강력한 조치와 공장 소유주에게 제재를 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대규모 이민단속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정권은 현장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대신 수갑을 채우고 족쇄를 씌웠다는 지적이다.

국토안보부 조사팀 특별수사관은 뉴욕타임스에 "일부 미국 시민과 합법 영주권자가 처음에 구금됐다가 석방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는 트럼프의 가혹한 대량 추방 정책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성명을 통해 "직장안전보건청(OSHA)과 전국노동관계위원회에는 직장 안전을 높일 수 있는 도구들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 근로자에게 가해진 군사화된 연방 단속은 현대의 안전을 더욱 해친다. 문제는 근로자가 아니라 착취하는 기업"이라고 밝혔다.

3500억 달러 투자협상 교착상태


이번 단속으로 한미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최근 광범위한 관세 협정의 일환으로 미국에 3500억 달러(486조 원) 투자를 약속했으나, 이번 주 투자 패키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이 집행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자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으며, 구금된 한국인 300명의 석방을 확보해 전세기로 본국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사업 분석가들은 이번 단속이 해외 투자 유치에 부정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이민 당국의 감시를 받을 것을 우려해 위험한 작업조건을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