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올해 미디어 수익에서 디즈니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도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다르면 유튜브 경영진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연례 ‘메이드 온 유튜브(Made on YouTube)’ 행사에서 향후 20년 동안 AI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지배 전략을 공개했다.
유튜브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산하 플랫폼으로 전 세계 27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며 이미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시청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닐슨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유튜브의 미국 내 시청 점유율은 13.4%로 디즈니(9.4%)를 크게 앞질렀다. 투자은행 모펫네이선슨은 유튜브가 올해 디즈니의 미디어 수익 약 600억 달러(약 82조 원)를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파벳은 유튜브의 개별 실적을 정기적으로 공개하지 않지만 광고와 구독을 합친 수익이 2024년 9월까지 1년간 500억 달러(약 68조 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 AI로 제작부터 유통까지 혁신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행사에서 “AI는 어디까지나 창작자를 돕는 도구일 뿐 콘텐츠 제작자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유튜브에서 영상을 만드는 일은 존중받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두아 리파, 마크 로버, 스모시, 브랜든 B 등 수천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창작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AI 기반 영상 편집, 오디오 팟캐스트용 자동 영상 생성, 음성을 노래로 변환하는 ‘스피치 투 송’ 기능 등을 시연했다. 또 영상에 관련 상품 링크를 자동 삽입하거나 여러 클립을 즉시 편집해 초벌본을 만드는 기능도 공개됐다. 올해 선보인 신제품은 지난해보다 세 배 늘어난 30종 이상이며 대부분 AI 기술이 접목됐다.
유튜브는 지난 4년간 창작자들에게 1000억 달러(약 136조 원) 이상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일부 창작자들은 이 수익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스튜디오 수준의 제작 시설을 구축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 미디어 지형 바꾸는 ‘플랫폼 경제’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전통적인 미디어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 장벽이 낮아지면서 유튜브 창작자가 미국 지상파 방송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를 대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카네기미들이스턴프로그램의 앤드루 레버 연구원은 “대규모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에 수백달러를 쓰지 못하는 대중에게 유튜브는 가장 손쉬운 대체재”라며 “이것은 자본주의적 수요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