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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두 구매 중단으로 美 농가 '절벽 끝'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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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두 구매 중단으로 美 농가 '절벽 끝' 위기

노스다코타 농부들 "희망과 기도"에만 의존, 수확량 90% 수출 불투명
트럼프-시진핑 통화에서 농산물 거래 재개 여부 주목
미국 인디애나주 로치데일에 있는 호진 농장의 밭에서 대두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인디애나주 로치데일에 있는 호진 농장의 밭에서 대두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대두 농가들이 중국의 구매 중단으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이 2월부터 미국산 대두 구매를 전면 중단하면서 미국 최대 대두 생산지 중 하나인 노스다코타주 농부들은 수확을 앞두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희망과 기도'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2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노스다코타주 메이빌의 대두 농부 브렌트 콜스는 다음 주 650헥타르 규모의 대두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구매자를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평상시라면 수확 후 몇 달 이내에 작물의 75% 이상이 태평양 북서부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됐지만, 올해는 중국 수입업체들이 미국산 신선한 대두 작물 구매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콜스는 "신경이 쓰이는 일"이라며 "추가 저장 공간이 있어 다행이지만, 다른 농부들은 곡물 포장기와 저장 시설을 새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업이 주 경제 생산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노스다코타에서는 대두 생산량의 90%가 수출되며,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세계 최대 구매자인 중국으로 향한다.
노스다코타의 대두는 서부 해안과 중국 수출을 위해 특별히 건설된 철도 인프라 근처에서 재배되어 다른 시장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실제로 주 전역의 폭풍으로 수백만 달러 상당의 저장 시설이 파괴되면서 농가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후 2월부터 미국산 대두 구매를 중단했다. 중국 정책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의 전술적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리비움 차이나의 이븐 페이 이사는 "중국은 실제 분쟁에서 결정적인 상황을 스트레스 테스트하고 있다"며 "식량 안보를 위해 극단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지, 적대적인 미국 행정부에 의해 궁지에 몰리지 않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브라질산 대두 구매를 대폭 늘렸다. 2024년 미국이 약 128억 달러 상당의 대두를 중국에 수출한 반면, 중국은 작년에 2590억 위안(360억 달러) 상당의 브라질 대두를 구매했다.

베이징 소재 아그라다르 컨설팅의 조니 시앙 설립자는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는 전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두 협회는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급 서한을 보냈다. 켄터키 출신 대두 농부인 케일럽 래글랜드 회장은 "미국 대두 농부들은 무역과 재정적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최대 고객과의 장기간 무역 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노스다코타 대두 재배자 협회 회장인 저스틴 셜록은 무역 긴장이 조속히 완화되지 않으면 토지 가치 하락을 포함해 미국 농업 공동체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제품을 구매할 고객이 없다면 생산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농부들은 희망과 기도만 가지고 있지만 이는 효과적인 사업 계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농무부는 이번 주 대두 수출 전망치를 16억5000만 부셸로 2013년 이후 최저치로 하향 조정했다. 19일 진행된 트럼프-시진핑 통화에서 농산물 구매 문제가 논의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미국 농가들의 운명이 좌우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