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10년 내 2배 성장 전망…호주, 5대 수입국 부상
한류·건강식 유행에 CJ 현지화 전략 더해져 '일상 음식'으로
한류·건강식 유행에 CJ 현지화 전략 더해져 '일상 음식'으로

김치의 세계적 인기는 구체적인 수치가 증명한다. 세계 김치 시장 규모는 약 48억 달러(약 6조6945억 원, 2024년 기준)에 이른다. 연평균 약 6.1%의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시장 규모가 약 86억 달러(약 11조9961억 원)에서 100억 달러(약 13조9490억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세 속에서 한국의 김치 수출액 또한 2024년 약 2억5000만 호주달러(약 2298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호주는 세계 김치 시장에서 당당히 5대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호주 안에서 김치 소비가 특정 계층을 넘어 대중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현상 뒤에는 전 세계를 휩쓴 K팝, K드라마 같은 한류의 거센 물결이 있다.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김치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하나의 세련된 문화 상징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제 김치는 로스앤젤레스의 타코, 베를린의 햄버거, 멜버른의 사워도우 샌드위치처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세계인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단순한 '맛' 넘어 '건강 아이콘'으로
김치의 인기 비결은 문화 매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과학으로 증명된 영양 가치야말로 김치를 '슈퍼푸드' 반열에 올린 핵심 힘이다. 현지 식품 전문가들은 김치의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 덕분에 '웰빙·기능성 식품'이라는 가치가 특히 돋보인다고 평가한다. 김치는 장 건강을 돕는 유익균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여러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자야슈리 아콧 교수(식품 과학과 영양학)는 김치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치는 이제 영양과 기능을 갖춘 식품이라는 잠재력을 지녔기에 단순한 발효식품 그 이상입니다. 발효 과정에서 더하는 채소와 다른 재료들은 프로바이오틱 기능과 면역 특성을 높이며, 장 건강과 몸 전체의 건강을 좋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웰빙과 자연식품을 중시하는 호주 소비자들에게 김치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됐다. 아침 식사로 아보카도 토스트에 김치를 곁들여 프로바이오틱스를 보충하는 모습은 호주 소비자들이 기존 반찬이라는 경계를 넘어 일상 음식 조합에 김치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앨리스 리 부교수(식품 화학과 안전)는 기능성 식품을 알아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러한 흐름을 이끈다고 분석했다. "점점 더 많은 호주인이 단순히 접시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생활방식 모두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찾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김치는 반찬 그 이상이며, 장 건강을 돌보고 날마다 먹는 식사에 생생한 풍미를 더하는 방법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건강 목표를 위해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맛, 호주 땅에서 만들다…'현지화' 승부수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CJ푸드 같은 한국 식품 기업의 현지화 전략이 있다. CJ푸드 오세아니아는 '비비고 김치'를 호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호주 빅토리아주와 퀸즐랜드주 농장에서 기른 신선한 배추를 쓰고, 전통 발효법과 독점 유산균 기술을 더해 한국 전통 맛을 그대로 살렸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호주 농업과 관련 설비에 좋은 투자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더 쉽게 살 수 있게 하고, 값 안정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김치 시장은 다른 발효식품이나 프로바이오틱 식품과 경쟁하는 가운데서도 특유의 풍미와 문화 상징성, 건강한 이미지 덕분에 높은 진입 장벽을 쌓았다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호주 시장에서 성공은 건강식 유행, 이민 사회의 다원성, K-푸드의 위상을 높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CJ푸드 오세아니아의 유진 차-나바로 대표는 "우리 음식은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만들어진다"는 말로 현지화 전략의 핵심을 설명했다. 그는 김치가 호주인의 식탁에서 샌드위치·샐러드 같은 여러 형태로 쓰이는 것을 보며 전통이 오늘날에 맞게 바뀌는 데 짜릿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치는 항상 제 문화의 일부였지만 호주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니 감격스럽습니다. 신선한 농산물과 요리 혁신에 자부심을 가진 나라에서 김치는 유행을 넘어 받아들일 만한 전통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치는 발효식품·슈퍼푸드·한류라는 '삼중 성장 엔진'을 바탕으로 건강과 맛, 문화를 아우르는 대표 식품으로서 세계 소비자에게 더욱 널리 퍼져나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