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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석유산업, 서방 제재 직격탄에 ‘쇠퇴’ 가속…2030년 매장량 80% 고갈 등급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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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석유산업, 서방 제재 직격탄에 ‘쇠퇴’ 가속…2030년 매장량 80% 고갈 등급 전망

배럴당 채굴비 두 배로, 세율 57%…“긴 작별 인사 시작”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석유 수출로 전쟁 비용을 충당해 왔지만, 전쟁이 3년 반 이어지면서 생산 기반이 약해지고 제재 때문에 손익이 맞지 않게 됐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석유 수출로 전쟁 비용을 충당해 왔지만, 전쟁이 3년 반 이어지면서 생산 기반이 약해지고 제재 때문에 손익이 맞지 않게 됐다. 이미지=GPT4o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석유 수출로 전쟁 비용을 충당해 왔다.

하지만 전쟁이 3년 반 이어지면서 생산 기반이 약해지고 제재 때문에 손익이 맞지 않게 됐다. 전문가들은 서구가 러시아 석유와 긴 작별 인사를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7(현지시각) 전했다.

배럴당 채굴비 2배 급등·세율 57%로 높아져


S&P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원유를 1배럴에 채굴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1422달러(39000)에서 전쟁 전인 2021년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42달러(59000), 올해는 45달러(63000)로 올랐다.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에 따르면 세금 부담은 201448%에서 지난해 55%, 올해 57%로 높아졌다. 채굴비와 세금이 함께 늘면서 국영 석유회사의 현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채굴 장비·인력 부족에 투자 가로막혀

전쟁 전 러시아 석유업계는 북극과 시베리아 신규 유전을 개발하려 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썼다. 하지만 서방 제재로 핵심 장비 수입이 막히고 업데이트도 끊겼다. 모스크바는 전쟁 수행을 위해 세율을 또 올렸다. 가스프롬네프트의 알렉산드르 듀코프 CEO채굴과 정제에 필요한 200가지가량 부품이 모자라 2027년까지 들여오기로 했지만, 서구의 제재로 현실화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전선으로 나간 인력과 해외로 빠져나간 숙련 기술자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2030회수 난도 높은 매장량’ 80%…쇠퇴 예고


러시아 에너지부는 회수하기 어려운 유전이 현재 매장량의 59%를 차지하지만 오는 2030년에는 80%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회수하기 어려운 유전이란 기름이 땅속 깊거나 얼음 아래에 있어 파내는 데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지역을 말한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다리아 멜닉 연구부사장은 서부 시베리아와 볼가우랄의 대형 유전 황금기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의 매튜 세이거스 전문가는 남은 유전은 더 깊고 얼음 아래에 있어 채굴비가 더 오르고, 제재 탓에 속도도 내기 어렵다러시아 석유가 천천히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소련 붕괴 뒤 회복해 2018년 하루 1100만 배럴을 넘겼던 러시아 석유 생산량은 전쟁 발발 직후 하루 1050만 배럴로 떨어진 뒤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S&P 글로벌은 2030년대 초반 하루 900만 배럴, 2060년에는 800만 배럴가량을 채굴하는 시나리오부터 2060년 하루 500만 배럴로 줄어드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세 갈래로 러시아의 석유 채굴 미래를 전망한다.

업계에서는 러시아 석유 산업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겪은 초기 충격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제재와 자원 고갈이 겹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러시아 석유 산업은 전쟁 이전과 비교해 완만하지만, 확실히 하강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