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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에 MAGA 지지자들 "배신감"...핵심 지지층 25% 경제정책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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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에 MAGA 지지자들 "배신감"...핵심 지지층 25% 경제정책 반대

조지아 꽃가게 "중국산 가격 17% 급등"...2026 중간선거 앞두고 지지층 균열
셧다운 후폭픙  속 뉴욕증시/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셧다운 후폭픙 속 뉴욕증시/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8개월째를 맞으면서 핵심 지지층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유권자들 사이에서조차 공약 이행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난달 29(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수 유권자 4명 중 1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강력한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면서 지지층 안에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 탓에 가격 급등, "경기 회복은 언제"


조지아주 스웨인즈보로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제시 메도스(36)는 지난해 사업이 어려워지자 시어머니에게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메도스는 "트럼프 1기 때는 하루 종일 울리던 전화가 지금은 조용하다""최근 중국에서 들여온 가짜 베리 한 상자에 트럼프 관세 때문에 가격이 17% 올랐다는 설명서가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골손님에게 "과일값이 엄청나게 올랐다"며 매년 친구 생일 선물로 주문하는 선물 바구니 가격 인상을 설명해야 했다.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남편 카터 메도스(37)"관세 때문에 공급업체 가격이 오르고 있어 언제까지 우리 요금 인상을 미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관세 정책이 계획도 없고 유치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좋아지기 전에 아마 더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시 메도스는 관세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뾰족한 수가 없다""경제정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백악관 대변인 테일러 로저스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완전히 힘을 발휘하면 1기 때처럼 전례 없는 투자와 역사적 감세, 대규모 규제 완화, 에너지 우위가 경제 호황을 이끌 것"이라며 "국경 안보 공약도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늪 청소 공약은 어디로"...엡스타인 파일 논란 확산


메도스 부부는 트럼프가 불법 이민 단속 공약은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카터는 때때로 트럼프가 이민 문제에 너무 집중한다고 느꼈다.

제시는 조 로건, 테오 본, 터커 칼슨 같은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들의 말을 자주 듣는다. 이들은 대체로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때로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이란 폭격이 정말 '미국 우선' 정책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파일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가? 주저하지 않고 이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일부 파일을 공개했지만, 비판자들은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 엡스타인 관련 정보를 더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지난 7월 어느 날 거실에 앉아 있던 제시는 페이스북에서 트럼프의 최근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봤다. 트럼프는 격분해 있었다.

트럼프는 "그들의 새로운 사기극은 우리가 영원히 제프리 엡스타인 사기극이라 부를 것이며, 나의 과거 지지자들이 이 헛소리에 완전히 넘어갔다""이 약골들이 계속 나아가 민주당 일이나 하게 내버려 두라. 우리의 놀랍고 전례 없는 성공을 말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마라. 나는 더 이상 그들의 지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썼다.

제시는 남편에게 "가짜일 거야"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의 게시물을 찾아봤고 진짜였다. 잠깐이지만 카터는 자신의 투표를 부끄럽게 여겼다.

제시는 화가 났다. 자신은 여전히 MAGA 지지자이지만, MAGA 운동이 트럼프 한 사람과 동일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중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운동은 한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다""트럼프가 이 운동을 저버린다면 우리는 그 없이도 계속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력층 비리 덮으려는 것 아닌가" 의혹


메도스 부부는 정부와 권력을 믿지 않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제시의 디스코드 대화방 아이디는 "토끼굴 탐험가"였다. 그는 엡스타인 파일에 아마도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의 창피한 정보가 들어 있어 이들이 비밀로 유지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켄터키주 공화당 하원의원 토머스 매시가 이달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위한 하원 표결을 추진하는 청원서를 제출하자, 제시는 환호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 공화당 하원의원 릭 앨런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고 곧 일반적인 이메일 답변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는 "'범죄 고객 명단' 같은 건 찾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제시는 의문을 품었다. 숨길 게 없다면 왜 모든 걸 공개하지 않는가?

그는 트럼프가 엡스타인의 2003년 생일 카드에 쓴 것으로 알려진 음란한 메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벌거벗은 여성의 형태를 거칠게 그린 스케치와 "매일이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기를" 바란다는 수상한 메시지였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그 스케치를 그리거나 메모를 쓰거나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터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해"라고 제시도 동의하며 거실에서 다시 말했다. "하지만 그가 직접 한 건지도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제시는 트럼프가 엡스타인 범죄에 직접 연루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선거 때 외쳤던 "늪을 청소하겠다"는 공약, 즉 워싱턴의 부패한 권력층을 일소하겠다던 약속은 이제 멀게만 느껴졌다. "그가 워싱턴에 올라가서 스스로 늪의 왕개구리가 된 것 같다"고 제시는 말했다.

보수 활동가 살해 사건, 법무장관 발언 논란


메도스 부부는 일부 내각 구성원에도 우려를 표했다.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가 살해당한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 꽃가게와 동네 곳곳에 "우리는 찰리 커크다"라는 팻말이 세워졌다.

하지만 커크를 비판했던 사람들을 향한 반발이 커지자, 팸 본디 법무장관이 정부가 "증오 발언"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는 반대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본디는 곧 발언을 철회했다.

"9살 아이에게 실망 말하고 싶지 않아"

제시는 부엌에 가서 캐서롤을 데웠다. 알뜰하게 살려고 너무 자주 먹어서 아들 하나가 얼마 전 불평했던 음식이다.

제시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으려 애썼다. 지난해 트럼프 집회에 가려고 학교에서 데려온 9살 아들도 포함해서. 다섯 시간을 기다렸지만 들어가지 못하고 MAGA 모자만 받고 돌아왔다.

제시는 "대통령이 이것저것 하는 게 못마땅하다고 말해서 9살 아이의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망치고 싶지 않다""9살 아이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시는 내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엡스타인 파일 문제로 자신의 지역구 하원의원에게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많은 이들이 트럼프 다음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는 JD 밴스 부통령도 신뢰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카터는 유권자들이 생필품 가격을 보고 투표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메도스 부부는 트럼프 1기 때 사업이 잘돼 꽃가게에 밴까지 새로 샀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물가가 치솟았고 지난해 9월에는 허리케인이 이 시골 지역을 강타했다. 꽃가게 매출이 급감해 제시와 시어머니는 몇 달간 급여를 받지 못하고 24살 직원을 위해 돈을 아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제시는 '우리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달마다 메도스 부부는 나아지는 걸 보지 못했다. 꽃가게에서는 허리케인 때 떨어진 간판도 아직 바꾸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에게 투표한 미국인 대다수가 여전히 지지하고 있지만,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MAGA 유권자와 인플루언서들의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최근 반발이 트럼프가 핵심 지지층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압박을 보여주며,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와 그 이후에도 지지층을 결집시켜 투표장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