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차기 총리 ‘확장 재정’ 기조에 엔화 151엔대 하락…佛 총리 사임 여파로 유로도 후퇴

엔화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 5일 집권 자민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며 차기 총리로 사실상 확정된 이후의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다카이치는 공격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을 약속했고,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머니마켓 트레이더들은 오는 30일 열리는 BOJ 금융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26%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다카이치 승리 이전 60% 수준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시카고 소재 DRW 트레이딩의 루 브리언 전략가는 로이터에 “투자자들이 다카이치의 정책이 통화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분간 평가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이날 “당국은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최근의 급격한 엔화 약세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유로화는 프랑스 세바시티앵 르코르뉘 총리의 사임 이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번 사임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프랑스의 재정건전화 계획에도 의문을 던졌다.
뉴욕시장 후반 유로/달러 환율은 0.4% 하락한 1.1662달러에 거래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5% 상승한 98.56을 기록했다.
주요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전방위적 하락세를 보이며 원화도 동반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달러화는 뉴욕 역외시장에서 원화 대비 5원 넘게 오른 1416원대로 상승 폭을 늘렸다. 이는 지난 2일 야간 거래 종가(1407원) 대비 9원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달러는 올해 들어 미국의 재정전망 악화, 경기 둔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선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보여왔다.
그렇지만 일본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엔화와 유로화가 최근 낙폭을 키우자 달러화의 약세 요인이 희석되는 분위기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발표가 유예된 미국의 고용지표 등 추후 공개될 경제 지표에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시카고 DRW 트레이딩의 루 브리언 전략가는 로이터에 “미국 노동시장의 약세가 예상보다 심화할 경우 달러화 약세가 다시 본격화할 것”이라며 “미국 노동시장은 시장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더 약하고 앞으로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언은 “내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큰 차기 의장이 비둘기파 성향일 뿐 아니라, 그 이전에도 연준의 통화정책은 현재 시장이 반영하는 것보다 완화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까지 금융시장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 실적 악화를 통해 달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