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美자회사 5곳 거래 금지, 1~2년간 850억 원 손실 예상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한국 조선업 직격탄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한화쉬핑,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중국 내 모든 조직 및 개인과 거래와 협력을 할 수 없다.
중국 상무부는 제재 이유로 "한화오션의 미국 관련 자회사들이 미국 정부 관련 조사 활동을 도와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 14일부터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에 톤당 최대 50달러(약 7만 원)의 항만 서비스 요금을 물리기 시작한 데 맞선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디펜스블로그도 지난 18일 중국이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에 맞서 한화 계열사들을 제재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간 해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체가 양국 갈등의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다.
필리조선소 자재 조달 차질 우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 청장은 "필리조선소에 필요한 모든 자재와 부품을 미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국에서 많은 물량을 미국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제재와 각종 장애물이 있다면 결국 MASGA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중국 제재로 앞으로 1~2년간 필리조선소가 최대 6000만 달러(약 854억 원)의 피해를 볼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필리조선소를 직접 방문했으며 "이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안보와 산업 우위에 타격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랫뉴스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 부문의 쇠퇴와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 기반의 붕괴로 미국 내에서 자재와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중국 산둥성에서 운영하는 조선소에서 선박 부품 모듈을 만들어 한국 조선소로 보내 최종 조립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 중국 제재의 파급 악영향이 우려된다.
1500억 달러 규모 MASGA 프로젝트 난항 예상
MASGA는 한국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1500억 달러(약 213조 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다. 지난 7월 30일 한미 무역협상 타결의 핵심 카드로 작용했으며 한국은 이를 통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워싱턴 방문 기간 중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MASGA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다. 한화오션을 비롯한 국내 조선 3사는 미국 내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함정 유지·보수 등 전방위 협력을 추진해왔다.
분석가들은 중국 제재가 실제 피해보다는 상징성이 크다고 본다. 제재 대상 5개 자회사 가운데 실제 영업활동을 하는 곳은 한화쉬핑과 필리조선소뿐이며 중국과 직접 거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필리조선소에서 만드는 선박은 미국의 자국 조선업 보호법인 '존스법' 적용을 받아 미국 연안 위주로 운항되며 중국 항만 입항 가능성도 낮다.
한미 조선 협력 갈림길
석 청장은 국정감사에서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체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RDP-A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승인을 앞두고 있는데 MASGA가 잘되려면 RDP-A가 전제돼야 한다"며 "우리 의지를 충분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RDP-A는 한국의 함정과 항공기가 '동맹국 생산품'으로 인정받아 미국 정부 조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중국의 조치는 민간 기업 운영을 방해하고 한미 간 조선업 및 제조업 활성화 협력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려는 오랜 패턴의 최신 사례"라고 비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재가 정치 메시지 성격이 강하지만 앞으로 제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조선업이 양국 갈등의 완충지대가 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과 경쟁 관계인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미국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 중국 제재의 파급 영향이 국내 조선업계 전반으로 퍼질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