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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실험 재개 선언, 한반도 핵도미노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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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실험 재개 선언, 한반도 핵도미노 현실화 우려

중국 5년내 핵전력 대등 경고에 33년 금기 깨뜨려...북핵·한국 핵잠수함 맞물려 동북아 핵 긴장 최고조
2023년 11월 7일 카자흐스탄 아바이 지역 쿠르차토프 마을에 있는 소련의 주요 핵실험 장소 중 하나인 세미팔라틴스크 시험장 박물관의 핵실험 모형을 보여주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1월 7일 카자흐스탄 아바이 지역 쿠르차토프 마을에 있는 소련의 주요 핵실험 장소 중 하나인 세미팔라틴스크 시험장 박물관의 핵실험 모형을 보여주는 모습.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현지시각) 33년간 지켜온 핵실험 중단 약속을 깨고 핵무기 실험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냉전 종식 이후 유지돼온 국제 핵비확산 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이날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1시간 전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국방부에 핵실험을 동등한 수준으로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2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중단한 핵실험을 재개한다는 의미로, 전 세계 핵군비 경쟁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핵무기 연 100기 증가, 미국 위기감 폭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중국의 급격한 핵전력 증강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미국과학자연맹(FAS)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약 6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 연간 100기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핵무기 증강 속도로, 중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 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대폭 늘리고 있는 국가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력 확충이다. 중국은 20251월 기준 북부 사막 지역과 동부 산악 지역에 약 350개의 새로운 ICBM 격납고 건설을 완료하거나 거의 마무리했으며, 이는 2030년까지 미국이나 러시아의 ICBM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2030년까지 1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완전한 핵 삼각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닷속에서 미사일을 쏠 수 있는 094형 핵잠수함을 성능이 더 좋은 096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장거리 JL-3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H-6N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공중발사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20259월 중국의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러한 신형 핵무기 체계가 대거 공개되면서, 베이징의 핵전력 확장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러시아의 신형 핵무기 시험이 직접 계기


트럼프의 핵실험 재개 선언은 러시아의 최근 핵무기 시험에 직접적으로 촉발됐다. 러시아는 지난 1021일 사거리 14000km에 달하는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Burevestnik)를 시험 발사했으며, 이어 포세이돈(Poseidon) 핵추진 초대형 어뢰 실험도 실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다른 어느 나라도 보유하지 않은 독특한 무기"라고 자평하며 배치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러시아나 중국 모두 최근 본격적인 핵폭발 실험을 실시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본격적인 핵실험을 실시한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 중국의 마지막 핵실험은 1996년이었고, 러시아의 최근 무기 실험은 운반 기술만을 시험한 것으로 핵무기 자체를 폭발시키지는 않았다.

30년 핵실험 금지 규범 붕괴 위기


트럼프의 결정은 30년 넘게 유지돼온 국제 핵실험 금지 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채택된 이후, 북한을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도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 Kyiv Post. 미국은 CTBT에 서명했지만, 상원이 비준하지 않아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그동안 자발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준수해왔다.

군비통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실험 재개가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네바전략연구소의 엘레나 타라노바 박사는 "핵실험 재개는 무모하게 도발적이고 기술적으로 불필요한 행위"라며 "미국 핵무기는 매년 무기 연구소 책임자들에 의해 신뢰성이 인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트럼프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현실감각을 잃었다", 핵실험 재개는 최소 36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2023CTBT 비준을 철회하면서 "미국이 먼저 재개할 경우에만 핵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제 미국이 먼저 문을 열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자국의 핵실험을 정당화할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핵실험 재개를 통해 현재 개발 중인 무기들의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미국과의 격차를 더욱 빠르게 좁힐 수 있게 됐다.

한국 핵잠수함 승인, 북한 자극 불가피


트럼프의 핵실험 재개 선언은 한반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는 한국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게 되며, 이는 미국의 고도 기밀 핵기술을 동맹국과 공유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핵무장 잠수함이 아니라 디젤 잠수함의 수중 작전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핵연료 기술 제공을 요청했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북한 및 중국의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한국 해군의 전략적 투사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핵무력 증강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미 20253월 첫 번째 '핵추진 전략유도미사일 잠수함' 건조 계획을 발표하고 김정은이 건조 중인 것으로 보이는 잠수함을 시찰했다. 북한은 현재 약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20을 공개하는 등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02410월 조사에서 한국인의 71.4%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자체 핵개발을 지지했으며, 47.4%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불신을 표명했다. 트럼프의 핵실험 재개 선언은 이러한 한국 내 핵무장론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3자 핵군비 경쟁 시작


트럼프의 결정은 단순히 핵실험 재개를 넘어 새로운 3자 핵군비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모두 최근 몇 년간 핵실험장에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고 새 터널을 팠다는 위성 영상이 포착됐다. 중국의 핵무기 증강 최종 목표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최소한 지역 수준에서는 미국과 효과적인 동등성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핵확산의 도미노 효과다.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면 인도, 파키스탄, 이란, 심지어 일본까지도 자체 핵무장이나 핵실험을 정당화할 명분을 얻게 된다. 특히 북한은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핵무기가 없는 나라는 미국의 개입에 취약하다"는 교훈을 얻었으며, 핵무기 보유가 체제 생존의 핵심이라는 확신을 더욱 굳히고 있다.

핵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실험 재개가 기술적으로 불필요하며 오히려 중국에게 이득이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이미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핵무기의 핵심 물질인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을 소량만 사용해 폭발 직전까지만 반응하는 미임계 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해 왔다. 미국은 이를 통해 실제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실제 핵폭발 실험 데이터가 부족해 신형 무기 개발에 제약이 있었는데, 핵실험이 재개되면 이런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게 된다.

한반도, 핵 긴장 최전선으로


트럼프의 핵실험 재개 선언은 1992년 이후 유지돼온 핵실험 모라토리엄의 종언을 의미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실제로 네바다 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러시아와 중국도 곧 뒤따라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는 1996년 이후 거의 30년간 구축돼온 국제 핵비확산 규범의 붕괴를 의미하며, 새로운 핵군비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한반도는 이러한 전 지구적 핵 긴장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북한의 핵무력 증강, 그리고 미··3자 핵경쟁이 한반도에서 교차하면서, 이 지역의 안보 불안정성은 냉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인류의 염원은 다시 한번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