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재무장관 “원자재 수출 넘어 정제 역량 확보가 국가 경쟁력”... 5년간 20억 캐나다 달러 펀드 조성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현지 언론인 cbc는 지난 10일(현지시각)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François-Philippe Champagne) 재무장관이 “핵심은 정제”라고 강조하며, 5년 동안 20억 캐나다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중요 광물 국채 펀드’를 조성해 핵심 광물 공급망 전반에 걸친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캐나다가 광물을 단순한 원자재 형태로 수출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가치 사슬의 핵심 단계인 정제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제 역량 확보에 20억 캐나다 달러 투입…자원 안보 최우선 전략
캐나다 재무장관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은 지난 10일 캘거리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핵심광물의 정제(Refining)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게임의 이름(Game of the name)’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탐사와 추출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제이며 그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잠수함 제작에 쓰는 티타늄 같은 광물은 국방 계획에 매우 중요하며, 핵심광물이 캐나다의 국가 경쟁력에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연방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예산안에 따라 지분 투자, 대출 보증, 장기 구매 계약(Offtake Agreements) 등에 쓰일 5년 기간 2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중요 광물 국채 펀드(Critical Minerals Sovereign Fund)’ 조성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는 핵심광물 공급을 인류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데 따른 전략적, 경제적 위험을 예방하고 자원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캐나다는 광산업을 활성화하고 국가안보를 우선순위에 둬 핵심 광물을 비축할 방침이다.
샴페인 장관은 “우리가 (핵심광물 개발을) 완전히 시장에만 맡긴다면 우리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는 핵심광물 정제 산업이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적 위험이 높아 시장의 자율적인 투자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캐나다 정부의 판단을 드러낸 것이다.
NATO 방위 핵심 파트너 목표…에너지 정책도 변화 예고
샴페인 재무장관은 국방이 많은 국가의 초점이 되고 있어, 캐나다를 핵심광물 공급과 관련해 선택받는 NATO 파트너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국방비 지출이 늘고 방위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광물 교역이 활발하며, 지정학적 안정성과 풍부한 광물자원을 바탕으로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서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는 2022년 12월 38억 캐나다 달러(약 3조 9700억 원)를 투입하는 ‘핵심광물 전략’을 발표했으며, 채굴·재활용·가공 분야 투자 지원을 위해 ‘청정기술 제조 세액 공제’를 신설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환경 보호와 탄소 감축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자원 개발의 경제적 이익을 놓치지 않겠다는 정부의 새로운 태도를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변화가 “오늘날 경제 안보, 에너지 안보, 국가안보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규제 개선 및 생산성 제고, 민간 투자 유치 관건으로 부상
캐나다 정부의 핵심광물 전략 전환에 대한 기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나, 동시에 남은 과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캘거리 상공회의소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데보라 예들린(Deborah Yedlin)은 이번 예산에 산업 탄소 배출량 상한제 폐지 시사 등 환영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투자를 늘리는 방법을 모색한다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광물 개발 사업은 길게는 5년 넘게 걸리는 복잡하고 더딘 인허가 절차로 인해 '레드 테이프(red tape, 불필요한 관료적 절차)'가 심각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에 샴페인 장관도 캐나다가 규제가 프로젝트를 방해하지 않도록 “함께 행동”해야 하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진로 수정을 했다”라며 “사람들이 이 정부가 진지한 일을 하고 싶어하고 성장과 투자에 대해 진지한 정부라는 새로운 자신감을 찾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은 캐나다 정부가 단순히 재정 지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 및 행정 절차의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다. 캐나다가 풍부한 광물자원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이러한 행정적 장벽을 낮추고 민간 투자를 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업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