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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수요 급증'에 구리 가격 폭등 임박...2028년 톤당 1만3500달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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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수요 급증'에 구리 가격 폭등 임박...2028년 톤당 1만3500달러 전망

7월 최고치서 15% 빠졌지만, 수요 폭증...2035년 공급 30% 부족 우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로 구리 가격이 조만간 사상 최고치를 다시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로 구리 가격이 조만간 사상 최고치를 다시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지=GPT-4o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로 구리 가격이 조만간 사상 최고치를 다시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7월 최고점을 찍은 뒤 15% 가까이 떨어졌지만,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켓워치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보도에서 구리가 "폭발적인 가격 변동을 위한 시한폭탄이 됐다"고 진단했다. RJO퓨처스의 존 카루소 선임 시장전략가는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공급 부족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부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구리 수요가 연간 100만 톤씩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사상 최고치 이후 15% 하락…트럼프 관세에 출렁


미국 벤치마크 구리 가격은 올 들어 지난해 말 대비 44.5%까지 급등했다. 지난 7월 24일 장중 파운드당 5.95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지난달 29일 3개월물 가격이 톤당 1만1200달러(약 1643만 원)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가격이 출렁였다.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정제 구리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미국 수입업체들이 관세가 붙기 전에 서둘러 구리를 사들였다. 이 바람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코멕스(COMEX)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이 런던 시장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평소에는 두 시장의 가격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미국 업체들이 더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구리를 확보하려 하면서 뉴욕 시장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마운트루카스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아스펠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런던금속거래소(LME)와 CME의 안정적이던 가격 차이가 관세 논의가 시작되면서 벌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수입업체들이 관세 부과 전에 구리를 들여오려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공 구리에만 관세를 부과하고 정제 구리는 면제하자 CME 가격은 하락했다. 현재 CME 구리 가격은 4개월 전 최고점 대비 15% 정도 떨어진 상태다. 다만 BCA리서치의 루카야 이브라힘 원자재·에너지 수석 전략가는 "정제 구리 관세 면제 결정은 내년 여름 재검토될 예정"이라면서 "그전까지 미국 구리가 다시 런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뉴욕에서 구리를 계속 비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구리 시장은 관세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혼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내년 구리 가격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데이터센터가 구리 수요 폭발 견인


트럼프 행정부가 청정에너지 산업 지원을 중단하고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장려하면서 구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구리는 청정에너지 기술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짜 이야기"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라고 입을 모은다. 카루소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나 앞으로 10년 말까지 두 배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AI 인프라에 대한 자본지출은 매우 큰 시장 테마로 둔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인용한 캘리포니아대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2023년 미국 전체 전력의 4.4%를 소비했으며 2028년에는 6.7~1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원자재 중개업체 트라피구라는 "AI 및 데이터센터 관련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최대 100만 톤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시카고에 세운 198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에만 2177톤의 구리가 투입됐다. 블룸버그NEF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부문의 연평균 구리 수요가 4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35년 공급 30% 부족…가격 상승 압력 지속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구리 시장이 2035년까지 30%의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광산 개발의 어려움과 전력 의존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블룸버그NEF는 2035년 구리 공급량이 2900만 톤에 그쳐 예상 수요보다 최대 600만 톤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28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3500달러(약 1981만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카루소는 "AI 경쟁은 내가 보기에 아직 초기 단계"라면서 "구리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경제지질학회(SEG)의 최근 연구는 세계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려면 구리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규 광산 개발에는 18년 가까이 소요되는 데다 칠레 등 주요 생산국의 광산이 물 부족과 환경 문제로 생산량을 줄이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세계 구리 생산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칠레 국영 광산기업 코델코는 지난해 물 부족 등으로 25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의 구리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