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00% 지분 승인했지만 호주 FIRB만 결정 보류
호주 핵잠수함 AUKUS 사업 영향…한국 방산 수출 '분수령’
호주 핵잠수함 AUKUS 사업 영향…한국 방산 수출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호주 일간 오스트레일리안파이낸셜리뷰(AFR)는 18일(현지시간) 패디 그렉 오스탈 CEO가 한화의 지분 확대와 관련해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를 직접 만나 답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렉 CEO는 이날 퍼스에서 열린 비즈니스 아침 행사에서 "저녁 만찬에서 총리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화는 올해 3월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했다. 이어 지분을 19.9%까지 확대하기 위해 호주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에 승인을 신청했지만 9개월째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승인, 호주만 '발목'
한화의 오스탈 지분 확대는 미국과 호주 양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오스탈이 미국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미 해군에 연안전투함(LCS)과 군수지원함(EPF) 등을 공급하는 핵심 방산업체이기 때문이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지난 6월 한화의 지분 확대를 승인했다. 당초 신청한 19.9%를 넘어 최대 10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한화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글로벌디펜스 대표는 "미국 정부가 한화의 납기 준수와 예산 관리 역량을 종합적으로 인정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호주 정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짐 찰머스 재무장관은 지난 9월 "독특한 사례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뤘다. 승인이 나면 한화는 현재 최대주주인 타타랑벤처스(17.09%)를 제치고 오스탈의 최대주주가 된다.
AUKUS 핵잠수함 사업이 변수
호주 정부의 신중한 태도 배경에는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핵잠수함 사업이 있다는 분석이다. 호주는 2030년대 초 미국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5척을 도입하고 2040년대 초에는 영국과 공동개발한 SSN-오커스 잠수함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오스탈은 호주 서부 헨더슨에 위치한 조선소를 핵잠수함 유지보수 거점으로 전환하는 사업의 핵심 기업이다. 호주 정부는 이 사업에 120억 호주달러(약 11조 41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이 오스탈의 최대주주가 되면 핵잠수함 사업과 관련한 민감한 기술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방산업계 호주 진출 시험대
오스탈은 미국 방산 시장에서 연간 수주잔고가 13조 원에 달하는 핵심 기업이다. 미 해군 소형 수상함 시장의 40~60%를 점유하고 있으며 최근 알루미늄 선체에서 강철 선체 건조로 전환하면서 한화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6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64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오스탈 지분 확대를 통해 미국 방산 시장에서 이중 거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60%, 40%를 출자한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투자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 정부의 결정이 한국 방산기업의 호주 및 미국 시장 진출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한 만큼 호주도 긍정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호주가 2040년대 핵잠수함 도입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2030년대 핵잠수함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방산 협력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