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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美 앰코, 송도 공장 건설에 2660억 쏟아붓는다…'AI 패키징'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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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美 앰코, 송도 공장 건설에 2660억 쏟아붓는다…'AI 패키징' 승부수

2027년 가동, 3개 라인 증설…빅테크 물량 정조준
광주·송도 잇는 '반도체 벨트', 韓 소부장 1000억 협력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계 세계 2위권 반도체 후공정(OSAT)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Amkor Technology)가 한국을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전초기지로 낙점했다. 급증하는 AI 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26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 기존 시설을 대폭 확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 라인 증설을 넘어, 애플과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물량을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소화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송도에 4.6만㎡ 'AI 칩 요새'


20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와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앰코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첨단산업단지 내에서 반도체 테스트 및 패키징 시설 확장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만 2661억 원(약 1억 7700만 달러)에 달한다.

새로 들어설 제조동은 지상 4층, 연면적 4만6200㎡(약 1만4000평) 규모의 매머드급 시설이다. 앰코는 이곳에 고청정 클린룸(Cleanroom)과 최첨단 미세 공정 장비를 도입해 2027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의 핵심을 'AI 반도체 수요 폭발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앰코는 신규 시설에 3개의 생산 라인을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 반도체 패키징의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테스트 처리량(Throughput)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최근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사)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고성능 칩 주문을 적기에 소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애플은 송도, 퀄컴은 광주


이번 투자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앰코의 한국 내 생산 거점 전략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앰코는 현재 송도 K5 사업장에서 애플의 칩 패키징 및 테스트를 전담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 K4 사업장에서는 퀄컴과 브로드컴의 통신·모바일 칩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앰코는 이번 송도 증설과 연계하여 광주 사업장에 대한 추가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수도권(송도)과 지방(광주)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투자를 통해, 특정 지역에 리스크가 집중되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에도 훈풍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앰코는 이번 확장을 계기로 한국 내 협력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예상되는 협력 규모는 1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과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후공정 강국 도약 신호탄"

우리 정부 역시 앰코의 공격적인 행보를 반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투자가 '2025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논의된 파트너십 약속이 실질적인 이행으로 이어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앰코가 한국 내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것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 인프라와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투자는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와 패키징 분야에서도 글로벌 허브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앰코의 이번 '송도 베팅'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