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남부지법에 시티·BofA 대상 자금 흐름 공개 요청, 미 연방법 '1782조' 활용해 은닉 자산 추적
내부 직원 공모 정황 포착해 직무 정지 조치…인니-UAE-美 3개국 잇는 '글로벌 환수 작전' 돌입
내부 직원 공모 정황 포착해 직무 정지 조치…인니-UAE-美 3개국 잇는 '글로벌 환수 작전' 돌입
이미지 확대보기20일(현지시각) 금융권과 오프쇼어얼렛 등 외신에 따르면 우리소다라은행은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증거개시 신청(Discovery Application)'을 공식 제기하고 본안 심사에 들어갔다. 소송의 타깃은 시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중국은행(Bank of China), 바클레이스(Barclays Bank PLC) 등 미국 내에 결제 망을 둔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다. 우리소다라은행 측은 이들 은행이 보유한 거래 내역과 자금 흐름 기록을 확보해, 사취 된 자금이 세탁되거나 이동한 경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법적 대응의 핵심 근거는 미국 연방법 '28 USC § 1782' 조항이다. 이 조항은 미국 밖에서 진행되는 소송이라 하더라도, 미국 내에 있는 증거(문서나 증언)가 필요할 경우 연방 법원의 명령을 통해 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우리소다라은행이 UAE와 인도네시아가 아닌 미국 법원을 두드린 이유는 달러화 거래의 특성상 자금의 최종 정산이 미국 내 환거래 은행(Correspondent Bank)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은행들은 법원 명령에 따라 관련 기록을 집계해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 신용장과 내부자 공모 의혹, 금융 당국 보고 후 비상 체제 가동
사건의 실체는 정교하게 설계된 신용장(L/C) 사기로 드러나고 있다.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UAE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도계 거상 빌랄 머천트(Bilal Merchant)와 인도네시아 에너지 기업 'PT 바라 다야 에네르기(PT Bara Daya Energi)'다. 이들은 허위 선적 서류와 위조된 기업 간 거래 명세를 이용해 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편취했다. 우리소다라은행 측은 이번 사건의 총 노출 금액(Exposure)을 785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실제 피해 규모는 법원의 최종 판단과 회수율에 따라 확정될 전망이다.
특히 충격적인 점은 이번 사기에 은행 내부자가 연루됐을 가능성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자체 내부 감사 과정에서 심상치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연루 의혹이 있는 직원에 대해 즉각적인 직무 정지 조처를 내렸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에 해당 사실을 공식 보고하고 외부 법률사무소와 협력해 위법성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부 공격이 아니라, 내부 통제 시스템의 구멍을 이용한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OJK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우리소다라은행 측에 신속한 사고 수습과 윤리경영(Good Corporate Governance) 원칙 강화를 주문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또 UAE 현지 법원에서도 빌랄 머천트와 관련 기업, 중개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법률 대리인은 UAE 사법 당국과 공조해 피의자들의 자산을 동결해 민사 채권 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美 연방법 '1782조' 활용한 승부수, 글로벌 은행 통해 자금 세탁 고리 끊는다
우리은행 본사(WBK)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비상응대팀을 가동하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번 소송은 국내 시중은행이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기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미국 사법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 법원의 디스커버리 제도는 자금 추적에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라며 "시티은행 등 글로벌 은행들의 자료가 확보되면 은닉 자산의 위치뿐만 아니라 추가 공모자들의 실체까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법인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내부 직원의 일탈을 막지 못한 통제 부실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글로벌 소송전'의 성패는 향후 우리은행의 글로벌 사업 신뢰도 회복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UAE, 미국을 아우르는 이번 국제 공조 수사가 실질적인 자금 회수로 이어질지 글로벌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