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3% 급락..."AI 거품 우려 잠재우지 못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3% 급락..."AI 거품 우려 잠재우지 못했다"

장중 5% 급등 후 3% 급락 ‘롤러코스터’...모든 ‘약세 논리’ 반박에도 시장 공포가 더 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의 로고.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의 로고. 사진=EPA/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3분기(8~10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주가가 20일(현지시각) 한때 5%까지 급등했으나, 이후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하고 결국 3%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한 4분기 실적 가이던스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이날 장 초반까지 시장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AI 거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의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고 말하며 업황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가이던스는 최근 고평가 우려와 부채 조달 문제 등으로 약세를 보이던 AI 관련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데에도 기여했다.
실적 발표 직후 AMD, 브로드컴 등 반도체 관련주와 이튼(Eaton) 등 전력 인프라 기업을 포함한 AI 생태계 관련 종목들이 동반 상승하며 환호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도 엔비디아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도이체방크의 로스 세이모어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가 ‘적정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중립’ 의견을 유지하는 등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는 기대보다 인색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 초반 이후 무너졌고 AMD 주가도 이날 7.84% 급락한 206.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로드컴 주가도 2.12% 하락 마감했다.

퀼터 체비엇의 글로벌 기술 리서치 책임자이자 투자 전략가인 벤 배린저는 CNBC에 출연해, 엔비디아가 두 가지 측면에서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반도체주에 매우 중요한 지표인 조정 총마진을 예상보다 높게 발표했으며, 동시에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이 우려하던 사안을 정면으로 다뤘다”고 말했다.
배린저는 “엔비디아는 시장에 제기된 거의 모든 약세 논리를 일일이 반박했다”며 “스케일링 법칙부터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뿐 아니라 오픈AI·앤트로픽 등에서 나오는 모델 수요, 소프트웨어 수요, 엔터프라이즈 수요, 그리고 소버린 AI까지 수요의 다양한 구성요소 전반에 걸쳐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말 그대로 모든 ‘불편한 진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짚어가며 각 사안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는 데 매우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엔비디아의 긍정적인 실적과 이러한 대응이 최근 시장의 모든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는 블룸버그에 “솔직히 말해 최근 AI 산업을 둘러싼 혼란 대부분은 AI칩 수요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면서 “실제 우려의 핵심은 막대한 지출을 하는 칩 구매자들이 과연 주식시장이 수개월째 기대해 온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페퍼스톤 그룹의 딜린 우는 “엔비디아가 시장이 필요로 하던 결과를 내놓았지만, 더 근본적인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메가캡 기업들이 대규모 AI 투자를 어떻게 수익화할지, 그리고 부채 기반의 지출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가 대표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