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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CJ, 美 본토에 'K뷰티 깃발'…2026년 LA 1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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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CJ, 美 본토에 'K뷰티 깃발'…2026년 LA 1호점

中 철수 10년 만의 '오프라인 재도전'…온라인 한계 넘어 '체험형 매장' 승부수
400여 中企 브랜드 이끌고 '연합 상륙'…현지 물류망 구축해 O2O 시너지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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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성지' CJ 올리브영이 마침내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미국 본토에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한다. 2016년 사드(THAAD) 사태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지 10년 만에 단행하는 해외 오프라인 시장 재진출이다. 이는 그동안 온라인 역직구에 의존해 온 수출 방식을 넘어, 현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26일(현지 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CJ 올리브영은 2026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1호점을 공식 개장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점포 확장이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이른바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을 통해 북미 시장의 판도를 흔들겠다는 포석이다.

온라인 한계, '체험'으로 넘는다


그동안 올리브영은 글로벌 온라인몰을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그러나 화장품은 화면 속 이미지만으로는 설득하기 어려운 재화다. 립스틱의 발색, 크림의 질감 등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는 현지 소비자의 갈증은 온라인만으로 해소하기 어려웠다.

올리브영이 선택한 해법은 '공간'이다. 1호점이 들어설 LA는 K컬처 수용도가 높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밀집한 지역이다. 올리브영은 이곳을 교두보로 삼아 2026년 연내 캘리포니아주 주요 거점에 복수 매장을 연이어 출점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물류 인프라' 투자다. 올리브영은 현지에 자체 물류 센터를 신설해 매장과 온라인몰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본 상품을 매장에서 테스트하고, 매장에서 품절된 상품을 집으로 바로 배송받는 시스템이다. 이는 한국 시장을 제패한 올리브영 특유의 경쟁력을 미국 현지에 이식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뷰티 '수출 플랫폼' 자처


이번 미국 진출은 올리브영 독자 행보가 아니다. 미국 매장에서는 무려 400여 개에 달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함께 소개된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해 독자적인 해외 진출이 어려운 중소 '인디 브랜드'들에게 올리브영이 거대한 '수출 플랫폼'이자 '연합 함대'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매장 구성 역시 단순 진열 방식에서 탈피한다. 미국 1020세대를 겨냥해 한국 화장품을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특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최근 틱톡(TikTok) 등 소셜미디어에서 K뷰티 스킨케어 루틴이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체험형 매장은 온라인상의 호기심을 실제 구매로 전환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CJ 관계자는 "단순 판매를 넘어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다양한 국내 브랜드가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상품 판매자'에서 'K뷰티 큐레이터'로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비전이다.

中 실패 딛고…美서 '진검승부'


올리브영에게 '해외 오프라인 매장'은 아픈 손가락이자 숙원 사업이다. 2013년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매장을 열며 글로벌 공략에 나섰지만,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 냉각과 현지 텃세에 밀려 결국 철수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후 올리브영은 온라인 중심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왔다.

10년의 절치부심 끝에 선택한 무대는 중국보다 더 큰 시장인 미국이다. 정치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전 세계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는 최상위 시장이다. 중국에서의 실패가 '양적 팽창'의 한계를 깨닫게 했다면, 이번 미국 진출은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경험을 중시하는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국내 1400여 개 매장을 기반으로 압도적 1위 사업자로 군림한 올리브영. 2026년 LA 1호점을 시작으로 전개될 그들의 북미 공략이 K뷰티의 영토를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