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출시 목표 '극비 프로젝트' 가동…11년 전 실패 딛고 하드웨어 재진입
'매직리프' 인재 영입해 광학 기술 확보, 자체 AI '제미나이' 심어 메타 추격
'매직리프' 인재 영입해 광학 기술 확보, 자체 AI '제미나이' 심어 메타 추격
이미지 확대보기설계 삼성·제조 폭스콘…최강 '하드웨어 동맹'
가장 주목할 점은 구글이 구축한 독특한 공급망(Supply Chain) 구조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구글 AI 글래스의 하드웨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은 애플 아이폰의 제조사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이 전담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삼성전자의 역할이다. 삼성전자는 완제품 제조가 아닌 기기의 기본 뼈대가 되는 '레퍼런스 디자인'을 제공하는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여기에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의 절대 강자 퀄컴이 전용 칩셋을 공급한다.
이는 구글이 하드웨어의 완성도를 위해 각 분야 최고 기업들의 장점만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초소형 기기 설계 노하우와 폭스콘의 대량 생산 능력, 퀄컴의 저전력·고성능 연산 능력을 결합해 '안드로이드 진영'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구글은 또한 중국의 음향 부품 강자 고어텍(Goertek)과도 접촉하며 부품 수급의 안정성을 꾀하고 있다. 단순한 협업을 넘어, 애플 비전 프로나 메타 레이벤에 대항하기 위한 거대한 '반(反)메타 하드웨어 동맹'이 결성된 셈이다.
매직리프 출신 영입, 'AR' 버리고 'AI' 입는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결이 다르다. 구글은 다시 소비자 시장을 겨냥하되, 접근 방식에서 '환상(AR)'보다는 '지능(AI)'에 방점을 찍었다. 제품 정의 단계에서 구글은 웨이브가이드(Waveguide·광파로) 광학 솔루션을 채택할 것이 유력하다. 웨이브가이드는 안경 렌즈처럼 얇은 유리판 안에서 빛을 반사해 눈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일반 안경과 유사한 폼팩터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십 또한 기술적 기대감을 높인다. 현재 구글 랩스(Google Labs)의 플랫폼 엔지니어링 리더인 마이클 클루그(Michael Klug)가 프로젝트의 키를 쥐고 있다. 그는 과거 체육관 바닥에서 고래가 튀어 오르는 증강현실 영상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유니콘 기업 '매직리프(Magic Leap)'의 핵심 멤버였다. 라이트 필드 디스플레이 분야의 특허를 다수 보유한 그가 합류했다는 것은, 구글이 차세대 안경의 광학적 완성도에 사활을 걸었음을 시사한다.
한편, 구글은 지난 5월 I/O 컨퍼런스에서 중국 엑스리얼(Xreal)과 협력한 개발자용 안경 '프로젝트 아우라'를 공개한 바 있으나, 관계자들은 이번 신규 프로젝트가 아우라와는 무관한 별도의 '병렬 프로젝트'임을 분명히 했다. 실험작이 아닌, 시장 판매를 목적으로 한 완성형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보는 AI' 제미나이 탑재…눈이 된 인공지능
하드웨어가 '몸체'라면, 소프트웨어는 '영혼'이다. 경쟁사 메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무기로 삼는다면, 구글은 압도적인 'AI 생태계'로 승부한다. 구글의 AI 글래스에는 최신 멀티모달 AI 모델인 '제미나이'가 탑재될 전망이다. 제미나이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를 동시에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AI 능력은 안경에 탑재된 카메라 및 센서와 결합할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 지난해 I/O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가 그 예고편이다. 당시 시연에서 스마트 안경을 쓴 사용자가 바라보는 사물을 AI가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지금 내가 보는 게 뭐야?"라는 질문에 즉각적으로 대답하며, 과거에 안경을 쓰고 봤던 물건의 위치까지 기억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즉, 구글의 AI 글래스는 단순한 정보 표시 장치가 아니라, 사용자의 시각과 기억을 보조하는 '제2의 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도 이미 깔려있다. 구글은 2023년부터 삼성, 퀄컴과 함께 XR(확장현실) 기기 전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XR'을 개발해왔다. 이 OS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직접 연동된다. 수십억 명의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익숙한 앱 생태계를 그대로 안경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메타나 애플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구글만의 해자(Moat)다.
2026년 출격…'포스트 스마트폰' 전쟁 서막
업계에서는 구글의 복귀를 두고 "AI 글래스 시장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했다"고 평가한다. 구글은 ▲콘텐츠(유튜브·플레이스토어) ▲OS(안드로이드 XR) ▲AI 모델(제미나이) ▲지능형 에이전트(아스트라) 등 소프트웨어의 모든 요소를 자체 보유한 유일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의 설계와 폭스콘의 제조 역량까지 더해지면서 하드웨어의 약점마저 지웠다.
물론 2026년 4분기라는 출시 시점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구글은 섣불리 설익은 제품을 내놓기보다, 인프라와 AI 모델의 최적화를 통해 완벽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지금, 구글이 그리는 AI 글래스가 과연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시선이 구글의 랩스(Labs)로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