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기술 흡수해 '제조국' 굴기... 155mm 포탄 이어 유도무기 국산화
인니와 '잠수함 밀월' 공식화... 동남아 시장서 韓 기업과 경쟁 예고
인니와 '잠수함 밀월' 공식화... 동남아 시장서 韓 기업과 경쟁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국방 전문매체 '더 디펜스 포스트(The Defense Post)'와 '더 호크(The Hawk)'는 27일(현지시간) 인도가 프랑스 사프란(Safran) 그룹과 합작해 '해머(HAMMER)' 정밀유도폭탄을 현지 생산하기로 합의했으며, 인도네시아와 잠수함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국방 협력을 강화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인도가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자체 생산 역량을 갖춘 제조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아트마니르바르 바라트(Atmanirbhar Bharat·자립 인도)' 전략을 앞세워 동남아시아 등 제3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 방산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佛 사프란과 합작... 정밀유도무기 국산화율 60% 목표
인도 국영 방산기업 바라트 일렉트로닉스(BEL)와 프랑스 사프란 일렉트로닉스 & 디펜스(SED)는 지난 24일 정밀유도무기 '해머'의 인도 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올해 초 열린 '에어로 인디아 2025(Aero India 2025)'에서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다.
해머는 모듈식 설계가 적용된 공대지 정밀유도무기로,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어 실전성이 검증된 무기체계다. 합작법인은 인도 공군과 해군에 공급할 해머 미사일의 조립, 테스트, 품질 보증 등 전 과정을 담당한다.
주목할 점은 국산화 목표치다. 양사는 초기 단순 조립을 넘어 부품, 전자장비, 기계 구성품의 현지 생산 비중을 점차 늘려 국산화율을 60%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바라트 일렉트로닉스 측은 "이번 합작은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인도 국내 방산 기술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인도가 해외 선진 방산기업의 기술을 흡수해 독자적인 제조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도는 최근 릴라이언스 디펜스가 독일 딜 디펜스(Diehl Defence)와 155mm 정밀유도포탄 생산 계약을 맺는 등 민간 기업의 방산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인니 국방장관 "인도의 스콜펜 잠수함 운용 경험, 매우 귀중"
같은 날인 27일 뉴델리에서 열린 '제3차 인도-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양국 간 해양 안보 협력이 의제로 올랐다. 특히 한국 방산기업들의 주요 시장인 인도네시아가 인도의 잠수함 운용 능력에 큰 관심을 보여 이목을 끌었다.
인도는 프랑스 기술을 도입해 스콜펜급 잠수함을 면허 생산하며 자체적인 잠수함 건조 및 정비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현지 외신은 인도네시아가 잠수함 전력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기술 협력의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양국 장관은 이날 ▲기술 이전 ▲공동 연구개발(R&D) ▲공급망 연계 등을 강화하기 위한 '방산협력위원회' 설립 제안을 긍정적으로 논의했다. 또한 인도양 지역에서의 해양 안보 공조와 합동 훈련 확대에도 합의했다. 싱 장관은 회담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양국의 국방 협력은 지역 안보를 유지하려는 강력한 의지 위에 구축됐다"고 밝혔다.
'수입국'에서 '제조국'으로... 인도 방산의 체질 개선
전문가들은 일련의 움직임이 인도의 방위산업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인도 국방부에 따르면 2024-2025 회계연도 기준 인도의 방산 생산액은 사상 최대인 1조 5400억 루피(약 25조 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방산 수출액 역시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2360억 루피(약 3조 86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20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민간기업의 약진이 있다. 지난 5월 민간 기업인 VEM 테크놀로지스는 인도 국영 항공기 제조사 힌두스탄 항공(HAL)에 경전투기 '테자스(Tejas) MK-1A'의 중앙 동체를 납품했다. 주요 항공기 구조물을 민간기업이 생산해 납품한 첫 사례다. 액시스캐즈(Axiscades) 역시 최근 미사일 테스트 시설을 개소하며 양산 지원 체계를 갖췄다.
산지브 쿠마르(Sanjeev Kumar) 인도 국방생산부 차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인도의 방위산업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단순한 조립 생산을 넘어 부품 소재의 자립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인도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선진국의 기술 이전을 강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무기체계를 제3세계에 수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K-방산에 '양날의 검' 인도... "단순 수출 넘어 고도화된 기술 협력 필수"
인도가 '무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체질 개선을 서두르는 가운데, 한국 방산 기업들은 인도 내 직접 수주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확보와 제3시장 방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업계에 따르면 총사업비 4300억 루피(약 7조 원) 규모의 인도 해군 차세대 잠수함 건조 사업(P-75I)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가 사실상 단독 협상 대상자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화오션 역시 인도 시장에 무리하게 진입하기보다는 수익성과 사업성이 높은 북미 시장 등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인도 사업은 기술 이전 요구 수준 대비 수익성이 낮고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대신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등 선진 시장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인도가 내부 기술 축적을 넘어 한국의 '텃밭'인 동남아 시장을 넘보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가 이번 국방장관 회담에서 인도네시아에 스콜펜 잠수함 운용 노하우 공유를 제안한 것은 한국에 잠재적 위협이다. 인도네시아가 한국과의 잠수함 공동개발 사업에서 답보 상태를 보이는 틈을 타, 인도가 선진 국방기술로 무장해 '대안 파트너' 입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인도의 국산 경전투기 '테자스(Tejas) MK-1A'는 KAI의 주력 수출품인 FA-50과 유사한 체급이다. 인도가 최근 프랑스제 정밀유도무기 생산 능력까지 확보하면서, 말레이시아나 필리핀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 테자스의 무장 운용 능력과 가격 경쟁력은 한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인도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선진 기술을 흡수해 급성장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은 인도 내 직접 경쟁보다는 캐나다, 폴란드 등 하이엔드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동남아 시장에서는 기술 신뢰도와 후속 군수지원의 우위를 앞세워 인도의 추격을 따돌리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