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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패권 전략의 붕괴 이후...현실주의 세력균형의 시대와 한국의 선택: 핵무장과 아시안 나토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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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패권 전략의 붕괴 이후...현실주의 세력균형의 시대와 한국의 선택: 핵무장과 아시안 나토의 결단

미국은 후퇴하고, 유럽은 각성하며, 전체주의 블록은 결속한다.
한국과 서유럽 모두가 새로운 억지 체제를 스스로 구축해야 하는 이유.
독일이 러시아와 전면전에 대비해 최대 80만 명에 이르는 독일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을 동쪽 전선으로 신속 배치하는 1200페이지 분량의 비밀작전 계획을 수립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이 러시아와 전면전에 대비해 최대 80만 명에 이르는 독일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을 동쪽 전선으로 신속 배치하는 1200페이지 분량의 비밀작전 계획을 수립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미국의 유럽 후퇴와 전체주의 블록의 부상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서의 군사적 존재를 축소하고 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집중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나토와 유럽 안보 체제는 새로운 시대적 전환점에 놓이고 있다. 최근 전개된 두 개의 상징적 장면은 이 변화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루마니아 친쿠 전장에서 유럽군이 프랑스군 지휘 아래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하는 훈련을 수행하는 동안 미국은 사실상 주변부에 머물렀다. 그리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독일이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의 후계자로 언급되면서 미국이 유럽 안보의 최정점까지 장기적으로 넘겨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두 장면은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미국이 유럽에서 일부 물러나고 유럽이 미국 없이 전쟁을 수행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에게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라, 향후 글로벌 세력 구조 속에서 선택해야 할 생존 전략과 위치를 다시 규정하도록 요구한다.

유럽의 각성: “미국이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는 전제의 붕괴


루마니아의 친쿠 훈련에서 드러난 것은 유럽군이 미국의 지휘와 병력 지원 없이도 실질적 방위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새로운 현실이었다. 유럽은 미국의 축소 기조가 단순한 전술 조정이 아니라 전략적 변화라는 점을 감지하고 있다. 미국이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에서 병력을 줄이는 가운데 유럽은 이제 자국의 방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상황에 직면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이 일흔 해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안보 보장을 절대적 안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유럽이 자유주의적 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현실주의적 세력균형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스스로 유럽 방위를 우선순위에서 내려놓는 순간, 유럽은 전적으로 새로운 억지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서방의 전략 실패: 자유주의 패권의 오판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만의 책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사건이다. 나토는 냉전 이후 확장 전략을 자유주의적 이상에 기초해 지속하며 동유럽을 서방의 영향권으로 편입하는 것을 안정의 강화가 아니라 승리의 확장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접근은 결국 러시아가 전략적 핵심 이익이라고 여기는 지역에 직접 압력을 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확장 전략은 결국 러시아의 반격을 초래했고, 이는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졌다. 서방은 처음부터 압도적 승리 전략을 추구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과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이제 서방은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확산을 막고 안보를 관리하는 제한적 승리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주의적 결심의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 중력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를 동시에 방어할 역량을 갖고 있지만, 두 전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의지는 약해지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최우선 지역은 이제 명백히 아시아이며, 이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일본과 대만의 안보 불안 등 복합적 요인이 결합한 결과다.

이 변화는 한국에게 무거운 의미를 가진다. 미국이 한국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한국의 안보는 더 이상 절대적 보장 아래 놓여 있지 않으며, 미국의 억지력은 점점 더 조건적 성격을 띠게 된다.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시아 전체라는 사실은 한국이 자국 방위를 위한 전략적 자율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전체주의 블록의 결속: 한국이 가장 위험한 전선이 된다


중국은 해군력과 핵전력을 강화하며 주변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러시아는 침공 전쟁을 지속하면서 서방과 장기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이미 실전 수준의 핵전력을 갖춘 국가로 변모해 수십 기의 핵탄두와 다양한 발사체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 세 나라는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측면에서 서로를 보완하며 사실상 하나의 전략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이 전체주의 블록과 지리적으로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세계 어느 지역보다 높은 위험도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환경은 한국이 기존의 안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킬 실질적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대적 과제를 제기한다.

핵무장은 선택이 아닌 국가 전략의 필연적 기반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의 핵우산만으로 억제할 수 없다는 현실을 점점 더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유럽이 미국 없이 러시아를 상대해야 하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미국의 도움이 늦거나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자체 핵무장은 단순히 핵무기를 보유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전략적 주권을 확보하고 동맹 관계에서 대등한 지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한국의 핵무장 선언은 아시아 안보 질서를 다시 그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시안 나토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구조


아시아는 유럽보다 안보 리스크가 더 복잡하고, 동맹 구조도 분열돼 있다. 중국의 압력, 북한의 핵전력, 러시아의 군사협력이라는 삼중 구조는 한국을 중심으로 결속할 새로운 집단안보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기술력에서 지역의 핵심 국가이며 일본보다 신뢰가 넓고, 동남아와도 협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집단안보 체제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보완하며, 동시에 한국의 안보를 타국의 결정에 맡기지 않는 자주적 전략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 핵무장과 아시안 나토는 서로를 강화하는 쌍축 전략이며,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기다리는 국가에서 행동하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유럽은 자유주의 패권 전략의 실패를 직면하고, 미국 없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전체주의 블록은 결속하며 세력권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에서 발을 빼고 있으며, 이 변화는 한국에게 스스로의 생존전략을 새롭게 설계하라는 요구로 다가온다.

한국은 핵무장과 아시안 나토라는 쌍축 전략을 통해 현실주의 세력균형의 시대에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위치로 올라설 수 있다. 세계 전략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지금, 한국은 더 이상 주변에 머물 수 없으며, 마침내 행동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일부 물러나고 유럽이 미국 없이 전쟁을 수행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에게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라, 향후 글로벌 세력 구조 속에서 선택해야 할 생존 전략과 위치를 다시 규정하도록 요구한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