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능력이 공군 전력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지금, 한국은 핵 억지력 확보 위해 전력 다해야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북한 김정은이 공군 창설 80주년 행사에서 “핵전쟁 억지력의 행사”를 언급하며 전투기의 ‘전략 자산화’를 공식화했다고 영국의 언론사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11월30일 보도했다. 이는 북한 핵무장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발언이다. 그동안 북한의 핵전력은 지상과 해상에 집중돼 있었다. 이번 발언은 북한이 핵 운용체계를 하늘까지 확장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며, 한반도 안보 구조는 사실상 새로운 단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부친 김정일이 그랬던 것처럼 군사행사를 상징적 권력 과시의 장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단순한 과시를 넘어 실질적 전략 변화를 예고한다.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공개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과 무인기, 그리고 개량된 전투기들은 북한이 전통적 탄도미사일 중심의 핵전력에 공중 투발 능력을 추가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에 남겨진 억지력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
공중 핵투발 능력이 만드는 새로운 위협
북한의 공군 전력은 오랫동안 낙후된 이미지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확대는 이 전통적 평가를 뒤집을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북한이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이나 핵폭탄 투하형 전투기를 운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 한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는 전례 없는 속도와 방향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공중에서 기습적으로 접근하는 핵 운반체계는 탐지와 요격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미사일이 아닌 항공기의 고도·경로·기만 비행은 기존 요격체계의 빈 구역을 파고들며, 전쟁 발발 직전까지 의도를 숨길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북한이 이를 핵과 결합하려 한다면, 남한의 전략적 취약성은 지금보다 훨씬 확대된다.
북한이 핵전력의 3축화—지상, 해상, 공중—를 향해 나아가는 순간, 한국은 기존의 억지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
북·러 군사결합이 만들어내는 심각한 구조 변화
북한 공군력의 변화는 내부 기술에만 기반한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북한과 활발한 장비·기술 교환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드론·탄약·미사일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그 대가로 정밀유도장치, 항법장치, 전자전 기술, 심지어 핵탄두 소형화에 필요한 일부 기술적 요소까지 이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거래는 단순한 군사협력이 아니라, 사실상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결합을 의미한다. 북한은 러시아를 통해 제재의 벽을 우회할 수 있고, 러시아는 북한을 전시 보급기지로 활용하며 자신들의 소모전을 지속할 수 있다. 서방의 제재 아래 몰린 러시아는 북한과의 거래에서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핵 없는 한국의 딜레마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이유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국들과 달리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다. 북한은 핵탄두 200~300개를 보유한 사실상의 핵강국이며, 중국은 이미 전략·전술 핵전력을 모두 완비한 핵대국이다. 일본은 장거리 타격 수단을 확보하며 급속하게 재무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비핵 3원칙의 하나인 미국 핵무기 반입 금지를 본격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했으며,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만이 재래식 전력에 의존한 채 버틸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더 이상 이론적 논쟁이 아니라, 실제 정책 판단의 영역으로 이전되었다. 확장억제는 여전히 중요한 기반이지만,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세계 곳곳으로 분산된 상황에서 한반도 방위가 항상 최우선이 된다는 보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주변국들의 핵능력이 커질수록, 한국이 핵 없는 선진국으로 남을 수 있는 여지는 좁아지고 있다.
한국의 선택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
한국이 직면한 현실은 단순하다. 기존의 억지 구조로는 북한의 핵능력 확장을 막을 수 없고, 북·러 협력과 중국의 전략적 방조 아래 북한은 앞으로도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스스로의 억지력을 재정의해야 한다.
물론 독자 핵무장을 추진한다고 해서 즉각적인 핵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에 앞서 국제적 조건과 절차를 명확히 제시한 ‘조건부 핵무장 옵션’을 국가 전략의 한 축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 옵션은 북핵 억제력의 신뢰성을 되찾고, 미국과의 전술핵 재배치 협상에서 전략적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는 한국 단독의 결정으로 진행될 수 없지만, 동맹의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법 중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다. 여기에 일본과의 공동 핵기획 체계를 구축할 경우, 한국은 동북아에서 새로운 핵균형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이러한 전략적 전환을 고려할 때, 필요한 것은 과감한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명확한 국가 생존 전략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다.
한국 언론이 제기해야 할 질문
지금 한국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단순한 보도가 아니라, 국가 전략에 관한 근본 질문을 사회에 던지는 일이다. 한국이 핵 없는 상태에서 북핵 확대를 견딜 수 있는지, 확장억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국제사회와의 조화를 유지하면서도 국가 생존을 보장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더 이상 주변국의 핵전략 결정에 끌려다니는 수동적 국가로 머물러 있을 수 없다. 핵을 보유한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지속적으로 안보를 유지하려면, 스스로의 전략적 선택지를 책임 있게 확보해야 한다.
김정은의 ‘공군 핵전력화’ 선언은 한국이 그 선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신호다.
한국의 미래 안보는 이제 “핵 없는 나라”라는 전통적 정체성에 매달려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억지력과 전략을 재정의할 때가 되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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