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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수출 중심’ 성장, 전 세계 제조업 잠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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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수출 중심’ 성장, 전 세계 제조업 잠식하나

중국의 수출입 물량 추이. 2025년은 추정치. 사진=IMF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수출입 물량 추이. 2025년은 추정치. 사진=IMF

중국의 경제 성장이 오히려 전 세계 다른 나라의 성장 여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분석기사에서 “중국이 자국 중심의 수출 확대 전략을 통해 전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글로벌 성장이 과거처럼 ‘윈윈(win-win)’ 구조가 아닌 ‘제로섬(zero-sum)’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 수출 늘고 수입 줄어든 중국…“세계의 성장을 흡수 중”


WSJ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수입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반면 중국은 3% 감소했다. 세계 시장에서 제품을 더 많이 팔면서도 타국 제품에 대한 수입은 줄이고 있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예전에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할 때마다 세계 경제가 0.2% 성장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 성장과 세계 성장 간의 상관관계가 오히려 음(-)의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가 제조업 경쟁력을 앞세워 수출을 늘리는 전략에 집중하면서 그 여파로 다른 나라들의 제조업 부문은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쌍순환 전략’으로 자급자족 강화…수입보다 수출에 방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20년부터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본격화했다. 쌍순환 전략이란 중국 내부의 생산·소비 순환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해외 수출도 확대하겠다는 이중 전략이다.

특히 중국은 고급 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기존의 저가 제품 생산도 놓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난감, 의류 같은 저부가가치 품목조차 중국 내 생산을 고수하고 있으며 기술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투자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WSJ는 “중국은 여전히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지만 전체 전략은 ‘자급자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 “번영보다는 우위 유지”…민족주의 기반의 성장 전략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전략이 과거 서방 국가들의 산업정책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 전략을 담당했던 러시 도시 전 보좌관은 WSJ와 인터뷰에서 “한국이나 독일, 일본은 경제적 번영을 위해 산업정책을 펼쳤지만 중국은 ‘민족주의와 체제 우위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 선진국 제조업 잠식…멕시코·유럽도 타격 우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중국의 성장 모델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멕시코, 동아시아 산업국가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멕시코에서 판매되는 쉐보레 차량 5개 모델 중 4개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과거에는 한국이나 멕시코 현지 생산이 일반적이었다.

또 중국은 자국 내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 네덜란드 정부의 기업 규제 결정을 번복하게 만들기도 했다.

◇ 공조 없는 미국…동맹과의 ‘연대 전략’ 미비


WSJ는 “중국의 성장 모델에 맞서려면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등 동맹국과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 관세와 이익 중심의 접근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도입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부품 관세로 인해 현재 철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다른 나라의 번영이 배제된 성장”…새로운 도전


WSJ는 “중국의 수출 중심 성장은 전 세계의 구매력을 증가시킬 수는 있지만 다른 국가의 제조업 기반과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누구도 함께 번영할 수 없는’ 성장 방식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