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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금카드·금빛 화장실”…트럼프, 물가 메시지에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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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금카드·금빛 화장실”…트럼프, 물가 메시지에 역풍

생활비 위기 ‘가짜’ 발언에 공화당 내부서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위대한 개츠비’ 테마 할로윈 파티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위대한 개츠비’ 테마 할로윈 파티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활비 상승과 물가 문제를 둘러싼 메시지에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물가 위기를 “민주당의 가짜 주장”이라고 일축한 발언과 백악관의 고급 개보수, 억만장자 우대 정책이 맞물리며 유권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호화로운 파티를 열고 백악관 화장실을 금빛으로 개조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억만장자의 미국 입국을 신속히 허용하는 이른바 ‘골드 카드’ 정책을 추진하면서 생활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의심받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물가와 주거비 상승을 바로잡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생활비 위기를 민주당이 만들어낸 “가짜”라고 표현해 논란을 키웠다. FT는 이런 발언이 식료품과 임대료 상승을 체감하는 유권자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상징성의 변화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대선 과정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엘리트’에 대한 반감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자산이었지만 집권 이후에는 오히려 이같은 이미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전략가 론 본진은 “2026년 선거의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 개인의 삶과 지갑에 실제로 변화를 가져왔다고 느끼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설령 상황이 어렵더라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과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비 문제를 가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개월 만에 대규모 유세에 나서 경제 메시지 재정비에 나섰지만 발언의 초점이 흐트러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포코노 유세에서 “연필 같은 물건은 포기할 수 있다”거나 “아이에게 인형이 37개나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가격이 높다는 점을 인정했다가 다시 생활비 위기를 부정하는 발언을 반복하면서 메시지가 혼선을 빚었다는 지적이다.

FT는 이런 흐름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과도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평균을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기 50%를 웃돌던 수준에서 최근 약 44%로 낮아졌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최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6%가 “지금의 생활비 부담이 기억 속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이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응답자 가운데서도 37%에 달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흐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내각을 구성했고 백악관에 대형 고급 연회장을 신설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선거용 과시는 집권기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전략가 존 피히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본질적으로 화려한 인물이며 금장식과 과시를 즐긴다”며 “경제가 좋을 때는 통하지만 사람들이 불안하고 미래를 걱정할 때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같은 비판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시기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행정부는 출범 첫날부터 미국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조차 생활비 문제를 둘러싼 말의 공방을 피하고, 체감할 수 있는 해법 제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사람들의 실제 삶의 경험은 통계와 다를 수 있다”며 “논쟁에 빠지기보다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